계획적·조직적 무차입 공매도 남발
서울남부지검 전경. 뉴스1
검찰이 수백 억원어치 불법 공매도 혐의를 받는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 홍콩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검 불법 공매도 수사팀(팀장 권찬혁)은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HSBC 홍콩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을 기소했다. 글로벌 IB가 불법 공매도로 재판에 넘겨진 건 2021년 4월 형사처벌 규정이 시행된 이래 처음이다.
HSBC 홍콩법인 등은 2021년 8~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58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주식을 빌리지 않았는데도(무차입), 국내지점 증권부에는 차입을 끝낸 것처럼 꾸며 거짓 통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싸게 매입해 갚는 투자 전략이다. 단 무차입 매도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검찰은 법인과 트레이더들이 무차입 공매도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를 주문할 때 최소한 주식 차입을 확정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법인은 금융감독원이 2009년 4월 공매도 가이드라인에서 발표한 허용기준을 국내 자회사인 증권사를 통해 전달받았으며, 2021년 4월 시행된 형사처벌 규정 내용 역시 모두 건네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HSBC 홍콩법인은 국내 수사기관의 규제나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회피한 혐의도 받는다. 조사 결과, 해당 법인은 국내 지점의 서버보관 자료를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요 자료를 해외서버에 보관하면서 금융당국의 접근을 원천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해외 사법당국과 공조해 실제 배후에 해당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글로벌 IB 사이의 공모관계 등을 계속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불법 공매도 감시 공백과 글로벌 IB의 악의적 감독 회피 등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며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금융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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