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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버블'에 갇힌 정치인, 민심으로부터 격리되다

입력
2024.03.30 15:30
수정
2024.03.30 16: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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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정당 대표급 정치인은 전국 각지로 '인사' 다니기 바쁘다. 고립된 여의도에서 나와 보편 유권자를 직접 만난다는 취지다. 그러나 어느 현장을 가든 따라붙는 '유튜버 버블'에 둘러싸여 정작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은 옅어지고 팬덤 속에 고립되는 모습이다. 8일 경기 성남시 단대오거리역 인근에서 거리인사를 하고 있는 한동훈(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23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에서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얼굴이 유튜버들의 휴대폰에 가려져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정당 대표급 정치인은 전국 각지로 '인사' 다니기 바쁘다. 고립된 여의도에서 나와 보편 유권자를 직접 만난다는 취지다. 그러나 어느 현장을 가든 따라붙는 '유튜버 버블'에 둘러싸여 정작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은 옅어지고 팬덤 속에 고립되는 모습이다. 8일 경기 성남시 단대오거리역 인근에서 거리인사를 하고 있는 한동훈(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23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에서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얼굴이 유튜버들의 휴대폰에 가려져 있다.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위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23일 경기 의정부시 제일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버 무리에 둘러싸인 채 손을 빼꼼 들고 있다.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위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23일 경기 의정부시 제일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버 무리에 둘러싸인 채 손을 빼꼼 들고 있다.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위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4일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촬영하는 유튜버들의 화면 모습.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위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4일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촬영하는 유튜버들의 화면 모습.


평소라면 지역 주민들만 장을 보고 있을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이 7일 처음 보는 ‘외지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의류를 파는 장모씨는 ‘이게 무슨 일이가’ 하며 두리번거리다 귀동냥으로 곧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곳에 온다는 말을 들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유력 인사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장씨는 잠시 일손을 내려놓고 기다렸지만 이날 장씨가 본 것은 끝없는 인파 끝에 한 위원장을 둘러싼 ‘셀카봉’의 벽뿐이었다.

같은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기다란 삼각대, 셀카봉, 짐벌(안정적인 촬영 등을 위해 장착기기의 수평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장치)과 보조배터리로 무장한 ‘유튜버’ 무리 탓에 중앙정치인이 지역민들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력 정치인의 시장 방문 등 공개 일정에는 늘 인파가 모여들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유튜버 무리가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벽이 됐다. 덕분에 한 위원장과 이 대표를 수행·경호하는 인력은 똘똘 뭉친 유튜버 벽을 뚫고 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임무가 됐다.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 대상이 될지언정 중앙정치를 이끄는 인사가 보편 유권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가뜩이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현재 정치 상황에서는 완벽히 통제·조율할 수 없는 현장의 날것 그대로인 목소리가 절실하다.


중앙정치인이 만나러 온 지역 주민들이 보는 광경은 많은 경우 이 사진과 같다. 수많은 유튜버들을 뚫고 서로를 만나는 것은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버들이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4일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촬영하고 있다.

중앙정치인이 만나러 온 지역 주민들이 보는 광경은 많은 경우 이 사진과 같다. 수많은 유튜버들을 뚫고 서로를 만나는 것은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버들이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4일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촬영하고 있다.


유튜버들이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촬영하고 있다.

유튜버들이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촬영하고 있다.


유튜버들이 6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촬영하고 있다.

유튜버들이 6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촬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일정이 조율된 몇 명을 제외하면 정작 일반 주민들은 열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유튜버들에게 가로막혀 정치인의 얼굴조차 보기 쉽지 않다. 현장의 혼잡도가 너무 높아져 사전 조율된 방문지조차 건너뛰는 경우도 있었다. 고립된 여의도를 벗어나 민심을 듣는다는 현장 행보의 취지가 무색하게 정당의 대표급 인사들이 가장 밀접한 ‘스킨십’을 하게 되는 것은 어딜 가나 따라붙는 유튜버가 됐다.

지지하는 정당 일정 중심으로 방송하는 정치 유튜브 특성상 유튜버 집단은 서로 더 뭉치고 더 양극화된다. 간혹 반대 정치 성향의 유튜버가 현장의 중심에 접근하면 ‘다수파’ 유튜버들은 이를 내쫓기 위해 언어·물리적 충돌도 불사한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이 정치인에게 싫은 소리라도 하면 가장 앞장서서 발언자를 규탄한다. 온라인상에서 정치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걸 넘어서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양극화에 일조하는 셈이다.


유튜버들이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위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6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촬영하고 있다.

유튜버들이 7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위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6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촬영하고 있다.


한동훈(위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8일 경기 성남시 단대오거리역 인근과 23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한동훈(위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8일 경기 성남시 단대오거리역 인근과 23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여야 현장 실무진들은 입을 모아 ‘통제 안 되는 유튜버들 때문에 곤란하다’고 하면서도 이에 대한 직접적인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실무진의 고충과는 별개로,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고 우호적인 방송만 해주는 유튜버들을 적극적으로 배척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의 필터링에 의해 늘 접하던 정보의 벽에 갇히는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한다. 물리적인 벽이자 비판 의견을 침묵시키는 역할까지 자처하는 유튜버들에게 둘러싸인 중앙정치인은 마치 '유튜버 버블'에 갇힌 것 같다.


유튜버들에게 둘러싸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경기 성남시 단대오거리역에서 인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유튜버들에게 둘러싸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경기 성남시 단대오거리역에서 인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유튜버들에게 둘러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에서 인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유튜버들에게 둘러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에서 인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편집자주

무심코 지나치다 눈에 띈 어떤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 광경, '이한호의 시사잡경'이 생각할 거리를 담은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글·사진=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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