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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란이 '대파 파동' 된 까닭

입력
2024.03.28 16:00
수정
2024.03.28 16:04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전국민중행동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생노답 윤석열 정권 대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중행동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생노답 윤석열 정권 대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금 여당에 ‘3대 악재’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아직 여진이 가시지 않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다른 하나는 현재 진행형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런종섭’ 논란이다. 여기에 얹어진 또 하나 악재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 발언 후폭풍이다. “감정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 같은 효과”(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라는 해석이 나온다.

□생활물가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종종 골탕을 먹는 사안이긴 하다. 교통요금이 대표적이다. 작년 8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쯤 되지 않느냐”고 했다가 진땀을 흘렸고,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정몽준 후보는 1,000원이던 버스요금을 70원이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관용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대중교통 요금 같은 생활물가를 일일이 꿰고 있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민생을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가능해도 몰랐다는 것만으로 돌팔매질할 일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교통요금도 아닌 대파 가격까지 알고 있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받아들이기 따라서 ‘합리적’이라는 것은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싶다.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었음을 빨리 인정하고 덮었으면 그만일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발언 여파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총선 민심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는 건, 국민들이 왜 격분하는지를 살피려는 감수성 결여에 있다.

□여당 총선 후보는 “한 뿌리를 말한 것”이라며 기름을 붓고,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엔 ‘파테크’ ‘반려대파’ 같은 신조어가 유행했다”는 전 정부 탓으로 분노를 키웠다. 국민들은 이전 정부의 대파 가격엔 하등 관심 없다. 본질은 무려 24차례나 민생토론회 행보를 하며 ‘민생’을 외치면서 굳이 ‘할인에 할인에 할인’ 매장을 찾아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했어야 하느냐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살피겠다며 대기업을 찾아 “실적 좋다”고 칭찬한 격이다. 그래 놓고 변명으로 일관하니 쉽게 뗄 수 있는 혹을 외려 몇 개 더 붙였다. 작은 소란으로 끝날 사안을 '파동'으로 키운 셈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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