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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무료 예방접종 필요"

입력
2024.03.26 20:31
수정
2024.03.2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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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HPV,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두경부암, 구인두암, 항문암, 음경암 유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ㆍ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HPV는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곤지름 등 생식기 사마귀·외음부암·두경부암·구인두암(편도선ㆍ목젖 등 목 안쪽에서 생긴 암)·항문암·음경암 등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HPV가 남녀 모두에게 암을 유발하는 요인인 셈이다.

이 때문에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무료 접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HPV, 두경부암·구인두암·항문암도 유발

HPV는 200종이 넘고 이 가운데 40여 종이 성 접촉으로 전염되기에 성생활을 하는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HPV에 감염되면 자연히 없어지기도 하지만 1개월~수년간 잠복하고 있다가 갑자기 암을 유발한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이기도 하지만 생식기 사마귀·외음부암·두경부암·구인두암·항문암·음경암 등도 일으킨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승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남성에게는 음경암 등 남녀 모두에게 항문암과 두경부암 등 질환을 유발한다”고 했다.

국제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는 전체 암의 5% 정도가 HPV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HPV가 항문암의 90%, 음경암·구인두암의 60%를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HPV가 일으키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HPV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남성도 HPV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근거는 아주 다양하다”며 “남성이 여성보다 HPV 감염 위험이 크고, HPV의 자연 소실률도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3가지 예방백신 나와 있어

예방접종을 하면 HPV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HPV 예방백신으로는 서바릭스(GSK)·가다실(MSD)·가다실9(MSD) 등 세 가지 백신이 나와 있다. 예방 가능한 HPV 유형은 서바릭스가 2개, 가다실은 4개, 가다실9은 9개다.

가다실9의 경우 기존 가다실이 보유한 4가지 혈청형(6·11·16·18형)에 5가지 혈청형(31, 33, 45, 52, 58)을 추가됐다. 가다실9은 9~14세는 2회, 15~26세는 3회 접종을 마쳐야 하며 성별에 상관없이 남녀 모두 접종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외음부암·질암·항문암·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HPV 유형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HPV 백신 예방접종은 2016년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됐다. 다만 12~17세 여자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만 무로 접종할 수 있다. 남자 청소년은 병·의원에서 본인 부담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

지난해 열린 대한두경부외과학회에서도 남자 청소년도 HPV 예방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성호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의무이사(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에서 남녀 모두 무료로 HPV 접종을 받고 있다”며 “이전에 국내에서 진행된 ‘남성의 HPV 예방백신 접종과 관련해 비용 대비 효과 연구’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했지만 그 당시에는 HPV 유병률을 낮게 설정하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의무이사는 “HPV에 대한 집단 면역을 달성하려면 60% 이상 예방접종을 해야하는데 접종률이 아직 50% 미만”이라며 “남성의 HPV 감염 위험이 여성보다 높다는 걸 감안해 남성에게도 무료로 HPV를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변형권 대한두경부외과학회 홍보 부이사(순천향대 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불임 남성의 HPV 감염 비율이 17%인 데 비해 그렇지 않은 남성은 7%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고, HPV에 감염된 남성은 정자 운동성과 형태도 불량하다”고 했다.

정부도 이에 공감해 관련 정책을 국정 과제로 채택해 12~18세 남자 청소년도 무료로 HPV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이 지난 1월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2회 접종까지 지원하던 것을 남녀 모두 1회 접종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관련 학계에서는 1회 접종은 과학·임상적 근거가 없어 효과·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국내 허가 사항인 2회 접종이 필수적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다행히 철회됐다.

당시 산부인과개원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HPV 1회 접종에 대한 연구 결과는 면역 원성 및 HPV 감염 예방 효과만을 확인했을 뿐 궁극적인 HPV 백신 예방접종의 목적인 HPV에 의한 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또한 자궁경부암·항문암 등에서의 전(前)암 병변 감소도 검증하지 못했기에 허가 사항에 맞게 2회 접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38개 OECD 회원국 중 국가예방접종(NIP)으로 HPV 백신을 1회만 지원하는 국가는 영국·호주 등 2개국에 불과하다.

영국·호주는 이미 2007, 2008년에 HPV 백신을 남녀 모두에서 포함시켜 현재는 남녀 접종률이 모두 70~80%에 달해 집단 면역에 도달했다. 이 때문에 2030년 이전에 자궁경부암을 완전 퇴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영국·호주 등 21개 OECD 회원국은 이미 남녀 모두 가다실9 접종을 국가 사업을 채택해 높은 예방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칠레·핀란드 등와 함께 2가와 4가 HPV 백신만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여성 청소년만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6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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