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원더풀월드' 속 아내들의 위기
남편 캐릭터 입지 축소도 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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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원더풀월드'에서 배우 김남주가 맡은 은수현은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던 작가였으나 아들의 죽음으로 파멸의 길을 걷는다. MBC 제공
최근 드라마들이 공통된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다. '원더풀 월드'와 '멱살 한번 잡힙시다' '눈물의 여왕' 등 세 드라마의 공통점은 바로 아내들의 위기다. 주연 배우 김남주 김하늘 김지원은 각자의 역경을 이겨내는 아내를 연기하고 있다. 기혼 여성이 겪는 불안감, 가족해체에 대한 위기, 커리어적 고충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세 작품 모두 다른 장르의 재미를 구축했다.
재벌 3세부터 잘 나가는 기자, 심리학 교수이자 작가였던 기혼 여성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일상을 이어가지 못하는 소재의 드라마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세 드라마의 주인공은 시한부, 억울한 누명 등으로 사건에 휘말리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중이다.
가장 먼저 tvN '눈물의 여왕'의 홍해인(김지원)은 대한민국 최고 재벌 퀸즈의 딸로 퀸즈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남편과 냉랭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던 중 시한부를 통보받았고 위기를 겪게 된다. KBS2 '멱살 한번 잡힙시다'의 서정원(김하늘)은 KBM 방송국의 기자로 승승장구하지만 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게 된다. MBC '원더풀월드'에서는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작가 겸 교수 은수현(김남주)이 아들의 죽음으로 복수를 하고 가정의 파멸까지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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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홍해인은 사업의 확장으로 승승장구하지만 시한부라는 위기를 겪는다. tvN 제공
전문직인 세 아내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남편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입지가 축소됐다. 세 남편의 양상도 비슷하다. 김강우는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기자, 장승조는 가족의 압박 속에서 김하늘을 지키는 남편, 김수현은 처가살이로 고통받는 남편이다. 남편들이 불륜이나 치정, 또는 이혼을 결심하고 있다는 점도 흡사하다.
이러한 기혼 여성 캐릭터의 위기 극복과 사건 해결을 다룬 드라마들이 거듭 이어지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니즈 반영이다. 특히 시대 흐름상 가정에만 충실한 인물보다 사회활동을 영위하면서 활약하는 캐릭터가 더욱 소비되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 활동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반경이 넓어지는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미디어 역시 달라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중이다. 여성들의 활약을 다루는 콘텐츠들을 소비하는 이들이 실제로 증가했고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억눌려 있던 여성들이 콘텐츠들로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분석이 있다. 그간 '잘 나가는 남성 캐릭터'의 이야기가 주류였으나 진부하다는 지적이 있다. 시청자들은 계속 색다른 걸 추구하기 때문에 지금의 현상이 나온 것이다. 특히 성별의 역전을 보고 싶은 특정 시청층이 분명히 있다"라고 바라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내와 남편의 구도가 유독 단죄에 집중됐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남편의 부정이나 악행을 뒤늦게 알고 정의 구현을 하는 플롯이 식상함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K-드라마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과거 드라마에서는 남편에 대한 용서와 화해로 갈등을 봉합시킨다면 현재는 새로운 출발을 꾀한다는 점에서 기혼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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