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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요 커지는 태국·필리핀, 원전 개발로 선회? “안정적 전력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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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요 커지는 태국·필리핀, 원전 개발로 선회? “안정적 전력원 필요”

입력
2024.03.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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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2011년 동일본대지진 후 계획 폐기
전력 부족+소형원전 개발에 도입 재검토
"비용 부담·방사능 공포 뛰어 넘는 게 과제"

벨기에 도엘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벨기에 도엘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도입을 중단했던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빠른 경제 발전으로 전력 부족이 일상적으로 발생하자 안정된 전기 공급원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30년쯤 소형 모듈원자로 도입될 듯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아시안리뷰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오는 9월 공표하는 국가에너지 계획(2024~2037년)에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발전 용량은 70메가와트(㎿)로, 조만간 관계 기관들이 건설 부지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SMR는 ‘차세대 원전’으로 불린다. 기존 원전 100분의 1 크기로, 방사능 유출 등 중대사고 확률이 대형 원전보다 낮은데다 건설비도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여 사고가 발생해 운전이 멈추더라도 자동으로 내부에 열이 식는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밑 작업도 한창이다. 지난 14일 스레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방콕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원전 도입 가능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타위신 총리는 “SMR 안전성을 연구하고 대중의 의견을 구하겠다”고 언급했다.

스레타 타위신(오른쪽) 태국 총리가 지난 14일 방콕 정부청사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담에서 원전 도입 가능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EPA 연합뉴스

스레타 타위신(오른쪽) 태국 총리가 지난 14일 방콕 정부청사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담에서 원전 도입 가능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EPA 연합뉴스

대부분 동남아시아 국가는 2000년대 들어 상업용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도입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원전 도입에 미적지근한데, 태국은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필리핀은 원전 도입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현지 정부는 2032년 첫 번째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목표로 4년 내 SMR 건설 착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미국과 양자간 핵물질과 설비, 정보를 이전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 협정’을 체결했다. SMR 설계 분야 세계 1위로 꼽히는 미국 업체 뉴스케일파워도 2031년까지 필리핀에 최대 7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 아버지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인 1976년 원전 착공에 들어갔지만 완공 직전인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이 중단됐다. 같은 해 마르코스 정권이 붕괴하면서 완전 무산됐다. 현 정부 예상대로 건설이 이뤄질 경우 46년 만에 원전 가동이 현실이 된다.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세워진 해측 차수벽.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고자 건설됐지만 그 실효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세워진 해측 차수벽.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고자 건설됐지만 그 실효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남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도 원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30㎿ 규모 소규모 실험용 원자로 3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는 아직 없다.

”방사능 공포 뛰어넘는게 과제”

이들 국가에서 원전 도입 무게 추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전력 부족 때문이다. 그간 동남아시아는 세계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지역에 속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지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력 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50년쯤에는 필요 전력량이 현재보다 4배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 확대가 절실하지만 탄소 감축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수력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화석연료 발전보다 단가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결국 많은 양의 전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한 때 외면했던 기술로 다시 눈을 돌리는 셈이다.

다만 실제 원전 가동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원전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 부담과 동남아에서 여전한 방사능 공포를 뛰어넘는게 각국 정부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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