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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 등장? 미국 새너제이, AI로 '노숙자 캠핑카 단속'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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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 등장? 미국 새너제이, AI로 '노숙자 캠핑카 단속' 논란

입력
2024.03.27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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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거주 캠핑카 식별 위해
커튼·쓰레기·이동 여부 등 활용
"처벌 일변도 감시 행정" 비판

'홈리스(노숙인)'가 거주하는 캠핑카(RV)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한 도로에 주차돼 있다. 기사 속 도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홈리스(노숙인)'가 거주하는 캠핑카(RV)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한 도로에 주차돼 있다. 기사 속 도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홈리스(노숙인)' 문제로 악명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한 도시가 인공지능(AI) 윤리 논란에 휩싸였다. 시 당국이 AI로 노숙인 거주 차량을 식별하는 시범 사업을 도입하면서다. ‘AI 감시 행정’이 첫발을 뗐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정보공개청구와 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시 당국이 노숙인 야영지를 찾아내기 위해 AI를 학습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구 0.6%가 홈리스

캘리포니아는 미국 노숙인 20%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실리콘밸리 드림’을 쫓아 전국에서 몰려든 이주민들이 살인적인 집값 탓에 주택 시장에서 탈락하고,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에 전국에서 노숙인들이 몰리면서다. 인구 100만 명 규모인 새너제이에도 노숙인 6,200명이 산다. 한국 전체 노숙인이 8,0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곳 인구 대비 노숙인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 결과 시청은 월평균 1,000건이 넘는 관련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미국 시민이 지난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노숙인 거주 지역 도로를 청소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로이터 연합뉴스

한 미국 시민이 지난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노숙인 거주 지역 도로를 청소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로이터 연합뉴스

AI 감시 사업은 노숙인의 위치를 식별하는 데 일단 방점이 찍혀 있다. 새너제이 노숙인들은 대체로 도로에 주차해 둔 캠핑카(RV)에 거주하는데, 언뜻 봐서는 인근 주택 거주자의 차량과 구별이 어렵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AI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5곳과 계약을 맺고 ‘노숙인 RV 식별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설치한 시청 단속 차량이 지난해 12월부터 2주마다 도로를 순찰하며 RV 사진을 수집하고, AI가 △커튼 설치 △차량 이동 △쓰레기 투기 등을 기준으로 노숙인 차량을 걸러내는 식이다.

시청 관계자는 가디언에 “식별 정확도가 70~75%에 달한다”며 “특정 지역에 ‘거주촌’이 형성되기 전에 노숙인 차량을 찾아내 봉사 인력을 파견하는 목적 등으로 AI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은 시범 사업 결과를 미국 내 지방자치단체 약 150곳과 공유할 예정이다.

"AI, 노숙인 처벌에 사용될 것"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노숙인 감시 AI가 악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시 당국은 “차량 번호판은 비식별 처리한다”고 설명했지만, 가디언이 확인한 기업 내부 보고서에는 노숙인 RV 번호판이 모자이크 없이 촬영돼 있었다. 또한 시청은 경찰이 요청하면 수집한 사진을 공유해 줄 방침이다.

가디언은 “새너제이 당국은 임시 거주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숙인 단속에만 집중해왔다”며 “지역 활동가들은 AI 기술이 노숙인을 처벌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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