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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열병합발전과 산업용 스팀의 중요성

입력
2024.03.26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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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점증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
에너지 32% 절감 열병합발전
신규 열병합에 과감 투자 필요

우리나라의 2022년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4.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30여 년 전인 1990년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88.7%였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등 국산 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러다 보니 국가 총수입에서 에너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에는 11.8%였지만 2022년에는 29.6%로 약 2.5배 증가했다.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철강제품 등을 힘겹게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의 상당 부분을 에너지를 사 오는 데 쓰고 있다. 그야말로 죽 쑤어 개 주고 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의 자화상이다.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 그 양 자체를 줄여야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 무역수지 개선의 결과는 국내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 수급을 안정시키고 에너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을 증진하기 위해 1979년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을 제정했고 1980년 한국에너지공단을 설립했다.

더 나아가 1991년에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발생량도 줄일 수 있는 집단에너지사업을 개시하고자 집단에너지사업법을 제정했다. 집단에너지사업은 주거지역에 열 또는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지역냉난방사업과 산업단지 입주업체에 산업공정용 열 또는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으로 구분된다.

반도체, 2차전지, 석유화학 등을 생산하기 위한 공정은 고온의 스팀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개별 기업은 보일러로 직접 스팀을 생산하거나 외부에서 스팀을 사 와야 한다. 스팀 비용은 원가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그 비용을 낮추기 위해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이 시작됐다. 2022년 기준 39개 사업자가 906개 기업에 스팀을 공급하고 있다.

스팀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열병합발전 덕분이다. 열병합발전은 전기만 생산하는 일반 발전이나 열만 생산하는 보일러와 달리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일반 발전의 효율이 49.9%인 반면에 열병합발전의 효율은 80.7%에 달한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 입장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약 32% 절감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은 필수다. 다만 산업용 스팀 생산에 사용되는 연료가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발생시키는 석탄인 것은 문제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및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의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리고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수출 원활화를 위해 열병합발전을 통한 스팀 생산의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해야 한다. 이 전환은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도 주요 수출기업에 산업용 스팀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의 불가피한 생존 전략인 것이다. 요컨대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을 활용한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무역수지 개선 및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수출 위주 산업체에 스팀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는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연료 전환이나 스팀 수요가 증가하는 산업단지에서의 신규 열병합발전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합리성을 담보한 연료 전환 및 신규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의 인허가를 도와야 한다. 그 결과는 에너지 사용량 절감과 환경 개선일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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