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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효성그룹, 둘째·셋째 아들 법정서 어색한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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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효성그룹, 둘째·셋째 아들 법정서 어색한 대면

입력
2024.03.25 18:38
수정
2024.03.25 19: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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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조현문 재판에 삼남 조현상이 증인
조현상 "공소내용 사실" 형에 불리 진술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형제의 난'을 치르는 효성그룹 조현문(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 전 부사장과 조현상(삼남) 부회장이 형사법정에서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형이 기소된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동생은 '검찰의 공소내용은 사실'이라는 취지로 형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조 전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 공판을 열었다. 조 부회장은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 기일 업무상 이유로 불출석해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지만, 이날 출석해 과태료가 취소됐다.

조 부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혐의와 관련해 2022년 검찰에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조 전 부사장의 후배라는 변호사가 사전 연락 없이 찾아와서 '조현준(장남) 회장의 부정행위가 기재된 서류를 많이 갖고 있다'며 가방을 보여줬다"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서초동에 간다는 위협적인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2013년으로부터 9년이 지나서야 진술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선 "이전엔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래된 일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었냐'는 검사 질문에 그는 "이례적인 경험인 데다가 특히 가족과 관련된 일이고 분위기도 그랬기 때문에 (진술서 작성 당시엔) 기억이 상당히 많이 났었다"고 답했다.

피고인 조 전 부사장 측은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진술서가 타인에 의해 작성된 정황이 보인다"며 내용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조 전 부사장 변호인이 "(고소인 측)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쓴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조 부회장은 "내가 구술한 내용을 기반으로 법무팀이 작성한 뒤 내가 다시 한번 수정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작성 요청은 "비서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공갈미수 혐의 고소 기간이 지나자, 보도자료 배포 강요와 관련한 진술서를 써달라고 요청받은 것 아니냐'고 추궁해봤지만, 조 부회장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은 증인신문 동안 고개를 크게 가로 젓기도 했다.

1988년 서울대 재학 중 그룹 '무한궤도' 멤버로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차지했던 조 전 부사장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따서 현지에서 활동했다. 이후 입국한 뒤엔 형인 조현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났다. 당시 사임을 결심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 측에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비리 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가겠다"는 등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 부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진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고, 진술서를 증거로 쓸 수 없자 이날 조 부회장이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선 것이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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