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선 탑승자 추정 시신 5구 발견
150여 명 출발했지만 생존자 75명뿐
미얀마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난민촌에서의 비참한 삶을 벗어나려 150여 명이 낡은 나무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향했지만 살아서 육지를 밟은 사람은 절반에 그쳤다. 그나마 발견된 시신은 5구뿐, 70여 명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이들이 ‘희망의 땅’으로 여겼던 인도네시아가 난민 수용뿐 아니라 구조에도 눈을 감아 희생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탈출자 중 생존 인원 절반에 그쳐
25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북단 아체특별자치주(州) 반다아체 해안 30㎞ 지점에서 성인 남성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23, 24일 아체 해변으로 밀려온 성인 여성과 어린이 사망자까지 더하면 사흘 새 이 일대에서 수습된 시신만 다섯 구에 달한다. 알 후세인 반다아체 수색구조국장은 “모두 최근 전복된 난민선에 탑승했던 로힝야족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1일 자국 해안에서 난파 목선에 의지해 표류하던 로힝야족 75명을 구출했다. 생존자는 남성 44명, 여성 22명, 어린이 9명으로, 이달 9일 방글라데시 난민캠프를 출발했다.
유엔은 해당 선박에 당초 150명이 타고 있다고 추정한다. 70여 명이 아직 바다에 있다는 얘기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실종자 상당수가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바다에서 발생한 로힝야 난민의 인명 손실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로힝야 난민들이 해상에서 목숨을 잃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벵골만(인도양) 앞바다가 잔잔해지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머물던 로힝야 난민들이 바다로 향한다. 이들은 불교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탄압받고 방글라데시로 몸을 피했다. 캠프 내에서도 극심한 생활고와 질병, 성폭행, 마약, 총기 범죄로 생명의 위험을 겪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낡은 배에 몸을 싣는다. 목적지는 무슬림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나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다.
인니 정부, 실종자 수색 이틀 만에 중단
그러나 캠프를 탈출한 난민들의 앞날은 어둡다. UNHCR은 지난해 4,500여 명이 방글라데시를 떠났고, 이 가운데 569명이 사망·실종됐다고 추산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아 땅을 밟아도 환영받지 못한다. 짧은 기간 내 로힝야 난민 수가 급증하면서 그나마 이들에 호의적이던 인도네시아에서도 반감과 혐오 분위기가 확산하는 탓이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작년 한 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로힝야족은 2,300여 명으로, 지난 4년(2019~2022)간 도착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난민선이 해변에 나타나면 상륙을 막거나 음식과 대피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대학생 500여 명이 로힝야족이 머물던 임시 거처를 습격하기도 했다.
현지 정부 역시 난민 구하기에 소극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유엔 난민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실종자 찾기조차 발 빠르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구조 작업에 나선 지 이틀째인 22일 70여 명에 대한 수색을 공식 중단했다. 승객 명단도 없고 구해야 할 인물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해 무작정 바다를 뒤지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앤 메이만 UNHCR 인도네시아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생존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계속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제사회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지만, 나흘이 지난 25일까지 수색 재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은 위험한 항해를 택해야 하는 미얀마 로힝야족 처지를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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