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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정권’ 되느니 대통령 탄핵이 낫다?

입력
2024.03.25 18:00
수정
2024.03.25 18: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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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통의 ‘오버’와 이재명의 ‘웃픈’ 개그
여야 도긴개긴 유권자 극심한 딜레마
국정 유지ㆍ헌정 중단 놓고 투표해야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정에 나갈 때 보이는 흥미로운 몸짓 중 하나는 차에서 내려 걸으며 고개를 살짝 모로 꼬는 것이다. ‘조질 테면 조져 봐라. 난 끄떡없다’는 듯 오연한 모습이다. 그 모습에 문득 SF영화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제2 터미네이터 ‘T-1000’의 모습이 떠올랐다. 경찰 형상의 T-1000은 원조 터미네이터와의 접전에서 샷건에 머리를 직격당하거나, 화물차 폭발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특수 액체금속 재질이라 완전 파괴돼도 순식간에 형상과 기능이 재생되는데, 생기를 되찾는 순간 살짝 고개를 꼬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런 이 대표조차도 최근 윤석열 정부의 ‘포퓰리즘 융단폭격’엔 고통스러운 신음을 끝내 참지 못했다. 그는 지난 2월 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가 무려 1000조 원 가까운 장밋빛 공약을 마구 남발하고 있다”며 “지금은 대국민 사기극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등에서 정부가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여당 지지율이 상승하자 더는 초조감을 억누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소득 시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포퓰리즘 공약의 대명사가 정작 이 대표이다 보니, 그의 주장은 한 편의 ‘웃픈’ 블랙코미디로 여겨졌을 뿐이다.

이 대표의 신음에 새삼 ‘돈 풀기’ 공약 효과를 확인한 정부ㆍ여당은 신이 났다. 그동안 야당 포퓰리즘의 비현실성과 무책임성을 비판해온 수세적 대응에서 탈피해 정부ㆍ여당이 거꾸로 선심정책 융단폭격을 선제적으로 퍼붓자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 된 것이다.

대학생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늘리고, 주거장학금을 신설해 연간 240만 원까지 준다고 했다. 어르신 공공임대주택도 3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여성정책으론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자영업자들에겐 대출만기 연장과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등의 정책패키지를 내놨다. 최근까지 22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민생개선 정책’이 359건에 달하고, 지역별 토건사업은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단숨에 광활한 포퓰리즘 영토를 차지한 정부ㆍ여당은 급기야 선까지 넘고 있다. 최근 잇달아 발표되는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 계획과 금투세 폐지 등은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과세’를 바로잡는 정도를 넘어, 조세 원칙의 근간과 공정사회의 틀까지 흔드는 또 다른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표출된 국민의 바람은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 국정’을 적정하게 보정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욱한 일방통행 끝에 거기서 한참 더 지나쳐 지향점을 상실하면서 유권자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누굴 찍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빠져 버렸다.

이런 막막함 속에서 이 대표는 최근 ‘자격박탈론’까지 꺼내 들었다. 야권의 조국, 유시민씨 등이 일찍이 주장했던 윤 대통령 임기단축, 또는 탄핵을 위한 야권 200석 확보론에 군불을 때는 형국이다. 시중엔 “어정쩡한 총선 결과로 남은 3년 임기 동안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정권’ 상태가 이어질 거면 차라리 야권에 200석을 몰아줘 끌어내리는 편이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하지만 야권 200석이라도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단축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되레 여야 간 극심한 힘겨루기와 혼란이 장기화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때리고 혼내면서라도 윤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줄지, 아니면 극심한 혼란을 무릅쓰고라도 윤 정권을 끝내는 행동에 나설지, 둘 중 하나를 결단해야 하는 투표가 될 공산이 커졌다. 국회의원 후보 개인의 면면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됐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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