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 영화 ‘댓글부대’로 스크린 복귀
대기업 여론조작 음모 쫓는 일간지 기자 역
“현실 비판 작품들이 영화산업 정체 막아”
도박업계 대부의 범죄를 캐는 경찰을 연기했다(드라마 ‘카지노’). 최근에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드라마 ‘살인자ㅇ난감’)로 변신했다. 이번에는 대기업의 비리를 들춰내는 역할이다. 직업은 일간지 기자. 배우 손석구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댓글부대’에서 예전과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흔치 않게 웃기면서도 무서운 영화”라고 ‘댓글부대’를 소개했다.
손석구는 ‘댓글부대’에서 국내 굴지기업 만전그룹에 대한 폭로 기사를 썼다가 오보로 드러나 곤경에 처한 임상진 역할을 맡았다. 상진은 만전그룹의 교묘한 온라인 여론 조작 작전에 자신이 희생된 거라는 제보를 받는다. 자칭 ‘칫탓캇’인 제보자(김동휘)는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로 온라인에서 여론을 조작하다가 만전그룹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며 그동안 자신들이 한 일들과 댓글부대의 실상을 상진에게 알린다. 상진은 만전그룹의 조직적 여론 조작 실태를 추적하고 특종으로 자신의 옛 실수를 만회하려 한다.
영화는 상진의 취재와 댓글부대의 암약을 보여주며 스릴과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동화 형식을 빌려 한국 노동시장을 비판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로 주목받은 안국진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손석구는 “매우 독창적인 감독님이 저를 개성 있게 봐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기자를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 손석구는 “기자의 특징을 드러내는 연기를 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상진이 적당한 허세와 적당한 야망, 어느 정도 사명감을 지닌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됐을 때 다국적군의 실체를 파헤치는 종군 기자가 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댓글부대’는 지극히 현실 비판적이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소수에 의해 여론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현실을 전하며 서늘함을 안긴다. 손석구는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이 조작된 거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며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더 공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는 작품이라 출연 결정을 했다”며 “상업적인 테두리에서 현실을 비판하는 영화가 나와야 영화 산업이 정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석구가 그동안 맡은 배역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성 시스템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어떤 일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상진도 마찬가지다. 손석구는 “제가 그런 인물들에 끌리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감독님들이 제게서 그런 면모를 발견하고 역할을 주시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보다 감독님이 저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캐릭터에 더 마음이 간다”고도 했다. “각 작품은 작가에게서 잉태되고 감독과 배우는 그다음 순으로 움직이고, 저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야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홀로 튀는 연기를 선호하지도 않는다. “배우가 어떤 장면 연기에 욕심이 있어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영화를 만드는 건 감독이기 때문”이다. 선택하기보다 선택받는 걸 선호하는 손석구도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 “코미디 속 가벼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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