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법 제정 22년 만에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마련
“가맹본사가 ‘공정위에 필수품목 갑질 신고할 테면 해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신고해도 사건 처리까지 오래 걸리잖아요. 저희는 이게 필수폼목인지 아닌지 모르니까···. 생업 걸고 신고하기 어렵다는 걸 본사는 잘 아는 거죠.”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갑질’ 때문에 고민하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심결(행정심판 결정)을 통해서만 분류돼 '깜깜이'나 다름없던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기준을 명확히 규정했다. 공정위는 특히 공산품과 주방도구는 필수품목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모바일 상품권보다 실제 판매가격이 높아졌을 때 차액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행위도 법 위반이라고 봤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맹분야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을 25일 발표했다. 2002년 가맹사업법 제정 후 공정위가 구체적 심사지침을 마련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6쪽에 달하는 심사지침에는 위법성 심사 시 일반 원칙뿐 아니라 구체적 사례 등 개별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도 담겼다.
공정위는 특히 논란이 많았던 필수품목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명시했다. 예컨대 김밥 가맹사업에서는 김밥의 맛이나 품질과 직접 관련이 없고, 가맹사업의 이미지·품질을 보증하는 데 지장이 없는 소독용품, 주방용 세제, 장비세척제, 위생용품, 청소용품, 국물용기, 반찬용기, 마스케어 등 일반 공산품은 필수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그간 프랜차이즈 본부는 일반 공산품과 주방도구까지 폭넓게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마진(차액가맹금)을 붙여 팔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해왔는데, 공정위가 더 이상 이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최근 가맹점주에게 큰 부담으로 꼽히는 모바일 상품권 관련 지침도 마련했다. 가맹본부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면서 수수료 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해 논란이 제기돼 왔다. 모바일 상품권 발행 이후 상품 판매가격이 오를 경우 점주가 인상분에 대한 차액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떠넘기는 가맹본부가 적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들이 가맹사업법상 ‘부당한 강요’에 해당한다고 봤다.
부당한 점포 환경 개선 강요,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보복 조치 등에 대한 구체적 사례도 담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지침 제정으로 공정위의 객관적인 사건 심사가 가능하고 가맹본부의 법 위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점주 피해 방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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