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 "입찰 업체 수 늘리기 위한 조치"
"목선 제작 능력 검증 포기한 입찰 기준"
조선시대 주력 군함인 판옥선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충남 보령시가 목선인 판옥선 제작 사업에 ‘석재’ 조형물 제작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 전문 용역업체를 중간에 끼우면서 업체 선정 입찰 유찰 사태를 겪은 보령시의 판옥선 복원 사업이 ‘냔파선’으로 가는 모양새다.
25일 보령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충청수영 판옥선 조형물 및 내부 전시물 제작 설치’ 업체 공모 제안 2차 공고를 냈다. 해당 공고는 2월 6일 마감한 제작 업체 선정 입찰에 1개 업체만 참여해 계약이 자동 유찰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해당 사업 입찰에 석재 및 철재 조형물 제작 업체에도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선박 제작 실적이 없어도 응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선박 제작 능력 검증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국내 고선박 제작업체 관계자는 "목재로 만드는 판옥선은 목재를 다루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런 고선박을 제작하는 업체가 국내에 몇 군데 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반 조형물 제작 업체를 판옥선 제작에 참여시키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응모 업체 수만 늘려서 유찰만은 막아 보겠다는 보령시의 '꼼수'라는 것이다.
보령시는 또 해당 공고에서는 제작 실적 조건에서 △최근 10년 간 △단일 건 3억 원 이상 조형물 제작·설치 실적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1차 공고 때의 △최근 5년 간 △단일 건 15억 이상 판옥선 형태의 제작·설치 실적 인정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다. 보령시는 판옥선 복원 사업에 거제도 거북선 복원 사업비의 3배에 달하는 51억8,600만 원을 투입한다.
이에 시 안팎에서는 판옥선 복원 사업이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거제도 거북선 사태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거제도 거북선 사태는 2011년 경남도가 16억 원을 들여 거북선과 판옥선을 원형대로 복원했지만 선체가 썩고, 바다에 뜨지 못해 결국 지난해 고철값 154만 원에 팔려 나간 사건이다. 해당 선박 제작사 대표는 구속되는 등 대표적인 부실 선박 제작 사업이다.
목재 선박 건조에 석재 조형물 제작업체에 기회를 준 데 대해 보령시 관계자는 "1차 공고 때 단독 입찰로 유찰됐던 만큼 더 많은 업체들이 입찰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며 "석재, 철재 조형물 제작 업체도 목재 선박을 만들 수 있다"고 해명했다.
판옥선 복원 사업은 보령시로부터 2,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계약 용역 업무를 맡은 A연구원이 1차 공고를 낼 때 높은 기준을 적용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판옥선 제작 업체 참여자격 기준을 '최근 5년 이내 1건당 15억 원 이상 조형물(판옥선 형태에 한함)로서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서 발주한 제작·설치 실적이 있는 업체'로 국한했는데, 기준이 너무 높아 응찰 업체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실제 단독 입찰로 이어져 유찰됐다. 판옥선을 제작한 사례는 10여 년 전인 전남 해남군(2010년)과 경남 통영시(2011) 등 두 차례에 그친다.
충남의 한 지자체 감사 부서 담당자는 "일반 계약 부서 공무원이 수행 가능한 업무인데도 외부에 용역을 맡겨 일이 어긋났다"며 "혈세 낭비, 사업 지연에 대한 비난을 보령시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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