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 쌀 팔아 만든 '남양제'
수리계 운영위원회 4명이 매각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은 분통
구매자는 목포농협 현직 감사
차기 조합장 선거 뒷거래 주장도

목포시 대양동에 위치한 저수지 남양제. 독자 제공
50여년 전 농사를 짓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조성한 저수지를 일부 운영위원들이 주민들도 모르게 매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뒤늦게 저수지가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 사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해당 저수지를 사고 팔았던 당사자들이 모두 목포농협 소속 선거관리위원장과 감사인 것으로 알려져 '뒷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목포시 대양동 산양·월산·대박 마을 주민들과 산양소류지 수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목포 대양동 마을 저수지 '남양제'가 목포농협 감사 A씨에게 매각됐다.
1968년 물 부족에 허덕이던 마을 주민 21명이 밀가루와 쌀을 팔아 마련한 저수지(약 7,000㎡ 규모) 남영제는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산양 소류지 수리계가 관리하고 있다. 현재 이 저수지는 마을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이주하면서 소유권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가만 계원으로 인정돼 6명이 운영하고 있다.
수리계 운영위원회 대표와 총무, 위원 2명 등 4명은 지난해 8월 9일 남양제를 A씨에게 매각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운영위원회를 열고 '운영위원회가 공유재산 처분을 심의·의결하고, 이는 총회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계칙을 추가했다. 이후 4년 뒤인 지난해 8월 저수지를 A씨에게 팔면서 계원 2명과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남양제가 매매된 사실을 안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이 사라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수리계원 B씨는 "지난해 11월 이상한 소문을 듣고 확인했더니, 저수지가 팔린 사실을 알게 됐다"며 "외부에 판 사실을 대표에게 따지자, 그제야 매각 대금 720만 원을 나눠줬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계원들이 80세가 넘는 고령이어서 어쩔 수 없이 저수지를 판매했다"며 "판매금의 절반은 수리계원들이, 나머지는 마을주민들을 위한 공동발전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판매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개정된 계칙 상 운영위원회에 저수지를 처분할 권한이 있고, 오는 추석을 전후해 남양제 판매 사실을 계원과 마을 주민에게 알릴 예정이었다" 덧붙였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남양제 구매자가 목포농협 감사인 것으로 확인되자, 또 다른 의문점을 제기했다. 해당 저수지는 2억 4,000만 원에 매각됐지만, '수리계에 속한 농지가 90%이상 농지로써 기능이 상실할 때까지 산양 소류지 수리계가 100% 관리·운영 권한을 가진다'는 특약을 넣었다. 이는 저수지를 매입하고도 수리계원들이 농사를 짓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수리계는 목포농협 선거관리위원장이나 전 영농회장, 운영 평가위원 등 목포 농협에 상당한 입김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다"이라며 "차기 조합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뒷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A씨는 지난해 목포농협 조합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방했고, 같은 해 8월 감사에 출마해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씨는 "목포농협에 조직망을 갖춘 분들이 요청한 데다 농협 조합원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해 저수지를 매입하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차기 조합장 선거는 먼 미래의 일인데 이를 선거와 연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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