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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데뷔 30년' 재즈 가수 나윤선 "음악 전념하며 살 수 있어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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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데뷔 30년' 재즈 가수 나윤선 "음악 전념하며 살 수 있어 행운"

입력
2024.03.26 16:58
수정
2024.03.26 18: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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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번째 앨범 'Elles' 내고 4월 서울서 공연
니나 시몬, 세라 본, 에디트 피아프...여성 가수 곡 재해석
"두 음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는 가수 되는 게 꿈"

재즈 가수 나윤선.

재즈 가수 나윤선.

“숫자에 민감하지 않아 30년이 됐다는 것도 몰랐어요. 1995년 프랑스로 유학을 갈 때만 해도 3년 만에 돌아올 줄 알았는데 어느새 30년이 됐네요.”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주인공으로 활동을 시작한 재즈 가수 나윤선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음악 탐험가'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부지런히 음악적 실험을 거듭해 온 그는 때마침 2년 만에 새 앨범 ‘엘(Elles)’을 올해 초 냈고 이에 맞춰 다음 달 국내 공연도 연다. 나윤선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오디오 매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0년간 음악에만 전념하며 살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나윤선에게 음악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합창단 지휘자인 아버지와 국내 뮤지컬 1세대 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대학 2학년이던 1989년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하는 샹송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며 일찍부터 재능을 드러냈다. 데뷔는 뮤지컬 무대였다. 의류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백수로 지내던 때, 친구가 몰래 보낸 데모테이프가 작곡·연출가 김민기의 눈에 들어 ‘지하철 1호선’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뮤지컬 배우는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1년 만에 무대를 내려와 프랑스로 유학길에 올랐다.

2000년 데뷔 앨범 ‘Reflet’을 시작으로 24년간 13개의 앨범을 내며 세계 곳곳에서 공연했다. 편의상 재즈로 분류하긴 하지만 그의 음악은 애초부터 걸쭉하고 끈적하며 스윙감 넘치는 미국 재즈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클래식의 영향이 섞인 유럽 재즈에 가까운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팝, 록, 라틴 음악, 일렉트로닉,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벽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재즈 가수 나윤선. 나승렬 작가 제공

재즈 가수 나윤선. 나승렬 작가 제공

연차가 쌓이며 느슨해지고 무뎌지는 여느 음악가들과 달리 나윤선의 음악적 실험은 연륜과 함께 가속도를 낸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있었는데 10년쯤 전부터는 나 스스로를 받아들이게 됐다”면서 “음악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내가 왜 태어났는지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됐고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알게 됐다”고도 했다.

자작곡으로 채운 지난 앨범에서 나윤선은 다시 한번 멀리 달아났다. 프랑스어로 여성인칭 복수 대명사를 제목으로 쓴 새 앨범 ‘Elles’은 그가 평소 좋아하던 여성 가수의 곡으로 채웠다. 니나 시몬, 세라 본, 비요크, 에디트 피아프, 로버타 플랙 등이다. 다음 달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30주년'이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꾸미기보다 피아노와 단둘이 새 앨범 수록곡 위주로 채울 예정이다.

앨범에는 아버지가 자주 지휘하던 흑인영가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도 실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달 2일 별세한 나영수 한양대 성악과 명예교수다. 국내 최초의 직업합창단인 국립합창단을 만들어 ‘한국 합창계의 대부’로 불렸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승이자 부러워하는 음악가였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지하철 1호선’ 출신인 나윤선은 이달 문을 닫은 학전 소극장과도 작별을 고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 참여해 학전의 마지막 무대에서 노래했다. 그는 “학전은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된 곳”이라며 “김민기 선생님은 평생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나윤선은 ‘Elles’에 담긴 곡의 가수들처럼 오래도록 기억되는 목소리의 음악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이 사람의 곡은 단 두 음만 들어도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잖아요.' 저도 그런 말을 듣는 게 꿈입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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