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패소, 항소심에서 뒤집혀
"휴업수당 사전 포기 규정은 무효"
강사 측 "대학 관행 첫 제동" 환영
대학과 계약하고도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이른바 '0시간 계약' 시간강사에게 대학 측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부장 박평균)는 시간강사 하모씨가 제기한 임금지급 소송 항소심에서 1심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360만 원 상당의 휴업수당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21일 선고했다.
하씨는 2019년 경상국립대 대학원 정치경제학과 시간강사로 임용됐다. 2020년 2학기에는 주당 6시간을, 2021년에는 학기마다 주당 3시간 강의하고 매달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2022년 1학기가 되자 대학 측은 하씨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고, 6개월간 급여도 주지 않았다. 그는 면직 처분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수용되지 않아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게 됐다.
학교 측의 이런 대응은 2019년 개정된 고등교육법 탓이 컸다. 현행법상 대학은 강사에게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야 하고, 이후엔 신규 임용이나 재임용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최소 강의시간 보장에 관한 조항은 없어 하씨처럼 0시간 계약이라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하씨는 경상대가 국립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를 상대로 휴업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선 패소했다. 2심 법원 판단은 달랐다. 전임교원 강의비율을 60% 이상으로 맞추기 위해 강의를 배정할 수 없었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전임교원 강좌와 함께 시간강사인 원고에게 강의를 배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씨의 임용계약서에 기재된 '강의가 없는 학기는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조항도 근로기준법에 어긋나 무효로 봤다. 재판부는 "휴업수당을 사전에 포기하는 건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면서 "사용자인 피고의 귀책사유로 원고가 휴업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하씨를 대리한 직장갑질119 대표 윤지영 변호사는 "시간강사에게 강의도, 임금도 주지 않는 대학들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며 "0시간 근로계약이 근로기준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처음 선언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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