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댓글부대'로 스크린 복귀
"캐릭터 선악 나누는 건 재미 없어"
배우 손석구는 어린 연기자들이 멋있게 느껴진다고 했다. 작품을 마치고 반 년 가량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손석구는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미래에 대한 불안감 탓에 긴 휴식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정도부터는 작품 끝나면 1, 2개월 정도 시간을 갖고 여행도 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변화를 향한 꿈을 드러냈다.
손석구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댓글부대'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손석구는 기자 임상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기자 역할 향한 부담감
손석구는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범죄도시2'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2022년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됐다. 그는 '댓글부대'의 캐스팅이 '나의 해방일지'와 '범죄도시2'가 대중을 만나기 전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안국진 감독의 선구안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손석구는 "감독님께서 날 많이 캐스팅하고 싶어 하셨고 그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믿음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인지도가 생기기 전에 그 역할을 주셨다는 건 다른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의미가 아닐까"라며 안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처음에는 기자 역할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단다. 손석구는 "기자가 활동적인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접할 수 있는, 현실밀착형 직업군이다. 디테일에서 승부가 나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 하나, 지문 하나 소화할 때도 많은 버전을 해봤다. 난이도는 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손석구는 기자가 나오는 다큐멘터리 등을 보며 캐릭터를 연구했고 임상진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손석구의 작품 선택 기준
손석구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할까. 그는 "1번 기준은 감독님이다"라고 답했다. 감독을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모난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좋은 작품을 하려면 좋은 감독님을 만나야 한다. 좋은 감독님은 다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현장 가면 감독님께 많이 맞추려고 한다. 지위, 나이를 떠나 그분의 비전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최대한 존중하려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늘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주인공 임상진은 귀여운 면모를 갖고 있지만 마냥 정의로운 인물로 보긴 어렵다. 손석구는 "난 선악을 나누는 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취향 차이인 듯하다"면서 "선과 악이 명백히 구분될 수밖에 없는 역할도 손석구가 하면 모호해진다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댓글부대'에서는 만화 같은 표현을 통해 임상진이 비호감 캐릭터가 되는 것을 막고자 했단다. 그는 "감독님이 '내가 볼 땐 편집을 다 하면 자라나는 새싹들이 임상진을 보고 기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좋을 듯하다. 임상진이 비호감이 돼야 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손석구가 꿈꾸는 변화
손석구는 그간 배우로서 바쁘게 달려왔다. 여러 드라마를 동시에 촬영하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냐'고 묻는데 캐릭터 비교가 돼서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작품 출연으로 인한 일정 조율이 제작진, 매니저를 힘들게 할 수도 있는 만큼 이제는 균형을 찾아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어린 배우들이 '작품 하고 6개월 동안 내 시간 갖겠다'고 하는데 멋있더라.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작품이 들어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면 할 수 없는 선택들이다. 그런데 그런 걸 잘하더라. '나도 저런 모습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난 성격상 6개월까진 아닐 듯하다. 그래도 내년 정도부터는 작품 끝나면 1, 2개월 정도 시간을 갖고 여행도 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를 그렸다.
그에게는 배우 외에 다른 꿈도 있다. 손석구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촬영 현장에 나가면 제작, 연출과 관련해 많이 본다. 내가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인 듯하다. 원래 제작을 어떻게 하는지, 연출은 어떻게 하는지, 작가님들이 글을 어떻게 쓰는지 못 보지 않나. 나는 현장만 가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작, 연출 과정을) 보니까 꿈이 커지는데 바쁘니까 아직 못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명성을 얻은 손석구가 언젠가 작가가 돼 들려줄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한편 '댓글부대'는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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