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공판
지난해 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숨진 해병대 장병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사령부와 대통령실이 사건 경찰 이첩ㆍ회수 당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을 방증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구체적 통화내용을 두고 관련 증인들 진술은 엇갈렸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 여부를 놓고도 공방이 펼쳐졌다.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의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3차 공판에서 해병대 지휘부의 통화 기록 일부가 공개됐다. 증거기록에 따르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작년 7월 31일 오전 9시 53분과 오후 5시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통화했다. 해당 일은 채 상병 사건의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가 예정됐다가 취소된 날로, 브리핑 자료에는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사령관은 또 해병대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가져간 8월 2일 오후 12시 50분과 3시 56분 임종득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과도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병대수사단이 오전 경북경찰청에 조사 결과를 넘겼지만 국방부 검찰단이 저녁 7시 20분 경찰에서 사건 기록을 회수한 날이다. 박정훈 전 단장 측 변호인은 김계환 사령관과 임종득 당시 2차장의 낮 12시 50분 통화가 7분 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화동 해병대사령관 비서실장 역시 8월 2일 국가안보실에 파견돼 있던 김형래 해병대 대령과 통화했다. 김 비서실장은 낮 12시 51분 김 대령의 전화를 받지 못한 뒤 오후 1시 26분 전화를 걸어 1분 22초간 통화했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료에 있으니 (김형래 대령과) 통화는 했을 것”이라면서도 “통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판 중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시적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비서실장은 ‘작년 8월 1일 오후 김 사령관이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박 전 수사단장에게 조사기록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했느냐’는 군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그날 김 사령관과 박 전 수사단장의 저녁식사 자리에 배석했는데, 박 전 단장이 ‘사령관님, 제가 책임지고 이 사건 이첩하겠습니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비서실장은 “저희가 음주가 된 상태라 농반진반이라고 웃으며 받아들였다”면서 “그리 심각한 내용은 아니었고, 그냥 넋두리 정도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전 단장 측 변호인은 “이건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정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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