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출마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녹색정의당 영입 인재로 비례대표 출마
"정치 참여로 행동해야 한다는 지론 실천"
기후대응 예산 확충·탄소세 도입 등 제안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진다는 건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 넘게 달리면서도 계속 가속 페달을 밟는 것과 같다. 인류가 바로 파멸하진 않겠지만, 언제든지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제발 막아보자는 심정이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정치에 투신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조 전 원장은 4·10 총선을 앞두고 녹색정의당에 제1호 인재로 영입됐고, 최근 비례대표 출마를 확정했다. 30년간 연구실에서 기후변화 데이터를 분석하던 과학자는 올봄 정치인이라는 낯선 옷을 입고 매일같이 국회와 기후정치 현장을 다닌다.
조 전 원장은 학문적 명성과 대중적 인지도를 두루 갖춘 국내 대표적 대기과학자다.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모형과 지구 탄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처음 구축했고, 대중과 소통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지난 19일 ‘기후정치’를 주제로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 정치권 패널로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 인사만 출연한다는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자, 시청자 게시판에 ‘조천호 박사를 섭외하라’는 글이 130건 넘게 올라오기도 했다.
조 전 원장이 정치에 나선 것은 평소 대중에게 강연한 내용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늘 강연 말미에 “정치 참여를 통해 행동해야 한다”고 권했다고 한다. “일회용품과 에너지를 덜 쓰는 개인적 실천은 훌륭하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가 생기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조 전 원장은 “그동안 여러 정당의 자문에 응했지만, 기후 의제를 최일선에 두는 정당은 녹색정의당이 유일하다고 생각해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유권자 3명 중 1명(33.5%)이 기후유권자로 추정된다는 ‘기후정치바람’의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기후정치의 토양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표심에 고무돼 국회에 기후정책 논의의 싹을 틔우려 나섰지만, 짧은 기간 경험한 정치의 벽은 컸다고 말했다. 각 정당이 기후공약을 내놓긴 했어도 “여러 어젠다 중 순위를 따지면 여전히 ‘밑바닥’이라 한계를 절박하게 느꼈다”는 것.
조 전 원장은 “기후 대응은 미래 위험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살기 좋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줘야 더 많은 시민들이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기후위기 대응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탄소세 도입을 비롯한 전향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위스처럼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그 수익은 의료보험 등을 통해 국민에게 배당하자”는 상세한 구상도 내놨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이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원장은 “수년 전에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비용이 더 드는 여건이었지만, 미래산업 전략 마련을 위해 빠르게 2035년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추진해왔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떠나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먹거리와 삶의 기반을 마련해줄지를 고려해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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