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 박물관의 '여성 전용 전시' 논란
남성 관람객 "동일한 가격 지불했다"
작가 "당신이 경험한 거절이 예술작품"
'여성 전용 전시'가 마련된 호주의 한 박물관에 남성 관람객이 성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남성 입장을 막는 건 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여성에게 더 적은 공간이 주어져 온 호주 사회를 '미러링'한 작품이라며 "그 거절 경험이 작품 의도"라고 맞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은 호주 태즈메이니아주(州) 호바트 모나 박물관(MONA·Museum of Old and New Art)에 차별금지법 위반 소송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논란이 된 것은 모나 박물관에서 운영 중인 '레이디스 라운지' 전시다. 이 라운지는 피카소 작품 등 값비싼 장식품으로 꾸며져 있으며, 녹색 벨벳 커튼으로 박물관의 다른 공간과 분리돼 있다. 라운지 안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면 간단한 간식과 샴페인, 차가 제공된다.
이 라운지의 독특한 점은 남성 입장은 차단된다는 것이다. NYT는 "여성은 누구나 이곳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음식을 나르는 친절한 집사를 제외하고는 남성이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작가 "남성이 당하는 '거절'이 예술 작품"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남성 관람객 제이슨 라우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19일 태즈메이니아 민사행정재판소에서 열린 심리에서 해당 전시가 자신을 비롯한 남성을 출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물관 입장을 위해) 호주달러 35달러(약 3만 원)를 지불했다"며 "입장권을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품과 서비스가 공정하게 제공되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디스 라운지를 만든 예술가 겸 미술 큐레이터 키르샤 캐첼레는 전시가 차별적이라는 라우의 주장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히려 "남성들이 경험하는 '거절'이 바로 예술 작품"이라고 짚었다.
캐첼레는 "나는 최근에도 한 펍에서 '여성 라운지로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훨씬 적은 인테리어를 봐 왔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열린 공간이 적었다는 의미다. NYT는 "호주에서는 여성의 바 입장이 1965년부터 허용됐으며, 여성들은 종종 더 비싼 소규모 '여성 라운지'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호주 법, '소수 집단의 평등을 위한 차별'은 허용
캐첼레 측은 이번 사안에 태즈메이니아 차별금지법 제26조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주에서는 인종, 성별, 장애 등을 근거로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을 법으로 막고 있지만, 해당 조항은 소외되거나 불리한 집단의 평등한 기회를 위한 차별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재판부는 한 달 안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WP에 따르면, 캐첼레는 패소할 경우 주 대법원에 항소할 것이며 전시를 다른 장소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WP에 "남자들을 들여보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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