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제주, 쓰레기 해안]
해안쓰레기 급증, 플라스틱 91%
선박 추진기 감겨 사고 내거나
유령 어업으로 조업에도 피해
파도처럼 밀려드는 쓰레기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바다를 떠돌며 관광 자원을 훼손하고 선박 사고마저 일으키는 주범이 해안‧부유 쓰레기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쓰레기는 바다 밑에 가라앉아 쌓인(침적) 쓰레기의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큰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침적 쓰레기 저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을 보면, 전국 60개 해안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18만2,374개(2022년 기준)로 전년보다 46.6% 급증했다. 조사지점이 40곳이던 2020년 3만2,213개를 기록한 해안쓰레기 수거량은 조사지점을 20곳 추가한 이듬해 약 4배(12만4,452개) 뛴 후 2022년에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유형별로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수거한 쓰레기의 91%(2022년 기준)가 플라스틱이다. 지역별로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수거한 양이 전체의 58%에 달했다. 전남 여수 안도와 신안 흑산도, 부산 가덕도가 그 뒤를 이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보름 넘게 조업하는 선박들은 배에서 먹을 식품과 함께 물고기 미끼 상자를 수천 개 싣고 나간다"며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와 종이로 된 미끼 상자, 미끼 포장재(비닐)를 모두 버리고 오는 어선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실제 제주대 씨그랜트센터의 ‘어선 기인 해양쓰레기 발생 실태 조사 및 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연안에서 조업하는 10톤 미만 어선(1,621척)에서 연간 57만4,490개의 페트병과 210만 개의 캔을 바다에 버리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안보다 육지에서 더 떨어진 근해에서 조업하는 어선이 버리는 쓰레기까지 합하면 연간 페트병은 184만 개, 캔은 340만 개가 바다에 투기될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 지역 어선만 대상으로 한 만큼 전국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 투기된 쓰레기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거나 바다를 떠다니며 수산자원 감소‧조업 안전에 타격을 준다. 실제 바다에 버려진 밧줄과 어망이 선박 추진기에 감기는 등 전체 선박사고의 약 11.8%(2022년 기준)가 부유물 감김으로 발생했다. 전체 사고 유형 중 선박 자체 고장을 뜻하는 기관손상(30.4%)에 이어 두 번째로 빈도가 높다.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중국 어선들이 조업하다 버린 부유 쓰레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무엇보다 침적 쓰레기 해결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적 쓰레기는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보니 확인이 쉽지 않고,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해 수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침적 쓰레기는 ‘바닷속 지뢰’라 불릴 정도로 악영향을 미친다. 폐그물‧어구에 물고기가 걸려 죽는 ‘유령 어업’으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3,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라앉은 비닐 등은 산소 순환을 가로막으며 해저 토양을 썩게 만든다.
제주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는 디프다제주의 변수빈 대표는 “침적 쓰레기는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 육상보다 더 오래 남아 있는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게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지난해 부산항 감만시민부두 등 5곳 인근 해역에서만 침적 쓰레기 1,059톤을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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