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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아들·딸·손주"…드라마가 재벌을 사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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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아들·딸·손주"…드라마가 재벌을 사랑하는 이유

입력
2024.03.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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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업계 재벌가 소재 소비 이유
현재 방영 중인 재벌 주인공만 무려 5작품
TV와 OTT가 사랑하는 '재벌 2세'

'눈물의 여왕'의 홍해인은 퀸즈그룹의 재벌 2세다. tvN 제공

'눈물의 여왕'의 홍해인은 퀸즈그룹의 재벌 2세다. tvN 제공

'눈물의 여왕' '로얄로더' '재벌X형사' 등 재벌을 주인공으로 다룬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재벌이라는 인물의 설정이 너무 쉽게 소비된다는 일각의 물음표도 있다. 부와 인맥을 과시하고 사건을 더 쉽게 해결하는 재벌 캐릭터들의 문제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벌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도 예전과 다르다. 과거 실제 재벌들이 신비주의를 고수한 것과 다르게 현재는 친근감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마인' '품위있는 그녀' 등 인기작을 배출한 백미경 작가는 과거 한 예능에 출연해 재벌가 이야기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당시 백 작가는 "돈이 있는 자들은 생계에 대한 고민도 없고 돈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인간의 욕망과 모습을 돈과 상관없는 상황에서 시작하기 위해 재벌가를 배경으로 쓴다"라고 밝혔다. 백 작가의 취재로 재벌가 사람들이 일반 공기보다 15배 이상 농도가 짙은 산소를 마시거나 공작새를 키운다는 설정이 이야기에 가미됐다.

최근 공개된 드라마들도 나란히 재벌 2세, 3세를 주인공으로 삼는 중이다. '재벌X형사' '눈물의 여왕' '로얄로더' '멱살 한번 잡힙시다' '웨딩 임파서블' 등 TV와 OTT 가리지 않고 재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들이 재벌가를 바라보는 시선들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지나친 소재의 반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벌가를 다룰 때 필수조건처럼 다뤄지는 승계 구도 싸움, 불륜, 출생의 비밀, 가정사 등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재벌X형사'의 주인공인 이수(안보현)은 혼외자로 가족에게 소외당했으며 '로얄로더' 강인하(이준영)도 재벌가 혼외자다. '눈물의 여왕'에서는 아직까지 서사가 다 나오지 않았지만 홍해인(김지원)에게 가정사가 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멱살 한번 잡힙시다' 설우재(장승조)는 1회 만에 불륜 의혹을 받고 있다.

재벌가가 아니어도 앞서의 코드들이 K-드라마 속 자극적인 요소로 활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륜, 혼외자 등의 이야기는 재벌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서사에 녹여낼 수 있는 대목이다. '눈물의 여왕'의 경우에는 재벌가에서 혹독한 처가살이를 하는 인물이 주인공이기에 재벌이 반드시 필요한 배경이다.

과거와 달리 현 시대의 재벌들은 신비주의를 벗고 대중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SNS로 뭘 먹고 입는지 상세하게 드러낸다. 실제로 이러한 대목을 적극 투영한 사례로는 '재벌X형사'의 이수가 있다. 극중 이수는 재벌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또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양분 삼아 SNS 상에서 스타 취급을 받는다.

배경 자체가 재벌가인 인물의 특성상 부와 시간이 자유롭다. 캐릭터의 판타지적인 요소는 하이퍼리얼리즘보다 늘 인기가 높다. 늘 생계 걱정을 하고 회사 일에 쫓기며 끼니를 거르는 캐릭터보다는 '플렉스'를 외치며 놀고 먹는 배짱이 인물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는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재벌가를 다루는 이야기가 흥행률이 높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사한 결의 콘텐츠들이 나오는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가난한 주인공보다 부유한 주인공에게 협찬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는 전언이다. 지금의 재벌 드라마들이 흥행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미생'이 아닌 '완생'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고 싶어하는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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