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임금 인상률·엔화 약세로 판단
시장은 4월 바랐지만… "엔저 현상 지나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단행한 것을 두고 '엔화 약세(엔저)'를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회복세를 보여줄 자료를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4월 해제' 방안이 검토됐지만, 엔화 약세로 인한 지나친 물가 상승 가능성을 우려해 3월 중 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한때 1월 안도 검토… 노토반도 지진으로 무산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마이너스 금리 해제 시기에 대해 1월, 3월, 4월 세 가지 안을 두고 고심했다.
1월 해제 안은 지난 1월 1일 발생한 노토반도 지진으로 무산됐다. 재해로 일본 사회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또 '집권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 수습으로 정치적 불안이 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4월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금리 인상을 결정할 주요 지표인 물가와 임금 인상률을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월에 이어 4월까지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또 일본은 3월이 기업 결산 시기다. 정책 금리 인상으로 시장 금리가 급등할 경우 결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3월보다는 4월이 안전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3월 단행으로 굳힌 것은 임금 인상률과 엔화 약세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앞서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해당)를 열고 -0.1%인 단기 정책금리(무담보 콜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했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2016년 2월 이후 8년 만이며, 금리 인상은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이다.
일본은행의 설명대로 판단 요소 중 하나는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임금 인상률이다. 일본 최대 노총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15일 올해 임금 인상률 중간 집계 결과 지난해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에 대해 "(2%의 물가 상승을)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는데,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조건이 충족됐다고 본 것이다.
달러당 151엔대로 떨어져… "리스크 남아"
엔화 약세도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엔저 현상이 올해 초부터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말 엔화는 달러당 141엔 정도였지만, 지난달 말에는 149엔까지 떨어졌다. 엔화 약세 시 수입 물가가 상승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닛케이는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금의 엔화 약세 수준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은행의 조치에도 엔화 약세 흐름은 막지 못했다. 전날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0엔 정도로 떨어졌고, 이날 호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장중 한때 151엔대로 떨어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엔화 가치가 151엔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장기 국채 매입 유지와 함께 완화적 금융 환경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당분간 줄어들기 어렵다는 관측에 엔화 매도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의 결단에도 리스크는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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