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서 19년간 일한 미화원
학생들의 배려심에 고마움 느껴
모금함 만들어 1년간 모아 기부
"학생들 향한 마음 전해 기쁘다"
"학생들이 있기에 우리가 일할 수 있었어요."
신옥순(67)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미화소장이 20일 동료들과 함께 1년간 모은 성금 1,200여만 원을 학교에 기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성균관대에서 청소미화원들이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소장은 "성균관대에서 오랜 기간 일하면서 느낀 학생들에 대한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신 소장은 19년째 성균관대에서 청소 미화 업무를 맡고 있다. 무려 15년 전 한 학생의 친절이 기부의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일하느라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며 "한 학생이 그런 제게 시원한 음료수를 뽑아줬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그때는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게 학생들에게 보답할 길이라고만 생각해 열심히 일했다"고 덧붙였다.
근무기간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을 돕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그는 "반장을 거쳐 소장이 되는 동안 급여가 조금씩 늘었다"며 "처음에는 급여 일부를 따로 떼어 기부금으로 모아보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머리를 맞댔다. 2년 전 5월 성균관대 축제가 끝났을 무렵, 학생들이 이벤트 추첨용으로 만들어 쓰고 내놓은 플라스틱 통을 본 신 소장은 모금을 결심했다. 신 소장은 "학생들의 꾸준한 배려심을 느낀 덕분에 15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고마운 마음이 여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통을 모금함으로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학생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동료들에게 동참을 부탁해 모금을 시작했다"고 했다.
성균관대 청소미화원들의 월급은 200만 원 안팎. 평균 연령은 63세로 형편이 넉넉지는 않다. 그럼에도 미화원 100여 명이 1년여간 꾸준히 모금해 1,200만 원이 모였다. 신 소장은 "다들 정년을 넘긴 나이라 (기부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동참해줬다"며 "용역 회사에서 받은 포상금을 모금함에 넣은 이들도 많다"고 밝혔다.
청소미화원들이 땀 흘려 모은 성금은 학생들의 아침밥을 차리는 데 사용된다.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은 이날 기금 전달식에서 "미화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생들에게 애틋한 정을 베풀어 준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선행은 남들이 모르게 조용히 베푸는 거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널리 알려지게 돼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여력과 기회가 된다면 학생들을 위한 기부에 또 도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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