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VR 심리치료 시스템 구축' 용역
재범 방지 목적... "범죄원인 분석에 활용"
미국에서도 출소 후 교육에 활용된 사례
법무부가 범죄자의 재범 방지 교육에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VR 기술을 쓰면 기존의 일방적인 수업보다 좀 더 효과적인 예방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방안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VR 치료 체계가 내실을 갖추려면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서울지방교정청은 지난달 8일 'VR 심리치료 시스템 구축' 용역 공고를 냈다. VR 심리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절차다. 용역을 맡긴 서울지방교정청은 서울시와 경기도 등 17개 교정기관의 교정행정업무를 지원·감독하는 기관이다.
법무부는 용역업체에 보내는 요청서에서 "△성폭력 △아동학대 △스토킹 △가정폭력 등 범죄로 징역·금고형 등을 받고 수감된 사람(수형자)을 상대로 실감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행동치료 콘텐츠를 제작하고 운영 결과 등을 관리하는 게 주요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당초 자체 개발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공연음란죄를 저지른 수형자를 대상으로 하는 VR 치료 체계 구축 용역을 맡기려고 했으나, 재검토 결과 적용 대상을 늘리는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했다고 한다.
VR 치료는 수형자의 재범 방지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VR 속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 등을 관찰해 수형자의 성격과 생애 과정 등을 진단할 것"이라며 "그 결과는 전문가 상담 등을 통해 범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도출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종적으로 범죄를 일으키는 요인에 대한 대처 방법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VR 치료 도입 검토는 수형자 대상 심리치료 기법을 정교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기존에 해오던 동영상 강의와 상담 등은 수형자의 체감도와 몰입도 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수형자의 범죄성향 개선을 위한 디지털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했다"고 추진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는 △교정시설의 특수성과 사업 확장 가능성 등을 고려한 장비 구축 △운영 결과 관리 체계와 VR 시스템 운영자 교육 방안 마련 등도 용역업체에 요구했다.
15개 회사가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법무부 용역사업을 따냈다. 결과물은 90일 내에 서울지방교정청 서울남부심리치료센터에 설치될 예정이다.
수형자 교육을 위해 VR 기술을 활용하는 시도는 외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교정청은 수형자의 출소 후 사회적응에 필요한 사전 교육을 위해 VR 기술을 이용하는 방안을 고안하기도 했다. 헤드셋을 쓰도록 한 뒤에 특정한 상황을 제시하고, 가족·사회 관계에서 해당 수형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식이다. 핀란드 교정당국도 2019년부터 수형자 재활에 VR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현실이 범죄자 교화나 치료에 쓰일 수는 있겠지만, 좀 더 정교한 기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극을 줘서 중독을 치료하는 기법은 있고, 우울증이나 공포증 등에 VR을 적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실제 효과가 있으려면 VR을 활용해 치료를 하는 전문가들이 숙련돼 있어야 하고 프로그램 내용 또한 전문가 학회 등과 협력해 개발·검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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