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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괴리' 대안 없이 공시가 현실화 폐지=총선용, 부자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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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괴리' 대안 없이 공시가 현실화 폐지=총선용, 부자 혜택

입력
2024.03.20 15: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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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시가 현실화율 인상 대신
"적정 수준에서 현실화율 아예 고정"
현실화율 낮추면 고가 주택 보유자만 혜택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층의 거주비용을 덜어주겠다며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방침을 두고 총선용 대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작 대책 내용만 놓고 보면 서민층 거주비 경감과 큰 관련이 없는 데다 무엇보다 애초 제기된 근본 문제에 대한 대안은 빠진 '선폐지 후대책'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부 "현실화율 인상 아니라 고정시키겠다"

공시가 현실화율. 그래픽=김대훈 기자

공시가 현실화율. 그래픽=김대훈 기자

공시가는 매년 정부가 1월 1일 고시하는 표준부동산 가격으로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을 매기거나 취약층의 복지제도 수급 자격을 선별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부동산원이 산정하는 시세에다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곱한 값이 공시가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이 시세를 한참 밑돌아 조세형평성을 해친다며 단계적으로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는 정책을 폈다. 올해 적용된 공동주택 공시가 평균 현실화율은 69%, 단독주택 53%, 토지 65%다.

공시가 산출 구조상 시세가 그대로여도 현실화율이 오르면 공시가 상승으로 이어져 세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시세 하락에도 일부 주택에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빚어진 이유다. 하지만 윤 정부 방침대로 현실화율을 문 정부 이전으로만 돌려도 공시가 변동폭이 낮아져 세 부담이 줄어든다. 국토교통부가 20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민의 거주 지원 대책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방침을 발표한 배경이다.

정부는 이날 공시가 현실화 계획 폐지 방침만 밝힐 뿐 구체적인 방법론은 내놓지 않았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정부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현실화율 목표치를 잡아 매년 인상한 이전 정부와 달리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 현실화율'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적정 수준에서 현실화율을 아예 고정시켜 시세 변동만큼 공시가가 움직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도출하겠다는 '적정 현실화율'이 근본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현실화율을 올해와 유사한 70%(공동주택 기준) 안팎에서 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수치가 조세형평성에 완전히 들어맞는지는 의문이란 시각도 많다.

가령 현재 15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공시가 현실화율은 75.6%이며, 9억 미만은 68%다. 적정 현실화율을 70% 수준으로 정하면 결과적으로 고가 아파트 보유자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간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서민의 주거비 경감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공시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시세 괴리'에 따른 형평성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된다.

"법 개정 안 되면 내년도 현실화율 동결"

현실화율에다 시세를 곱하면 공시가격이 된다.

현실화율에다 시세를 곱하면 공시가격이 된다.

공시가 현실화 계획은 이미 관련 법에 따라 시행 중인 터라 이를 폐지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도 공시가 산정 땐 현실화율을 동결시키는 임시방편을 쓸 계획이다. 그간 야당 입장을 고려하면 연내 법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총선용 대책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시가 현실화 계획이 여러 부작용을 빚은 만큼 폐지 필요성을 이해한다면서도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11월 열린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도 우선 중간 목표(70%)로 균형성을 맞춘 뒤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높이자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관건은 정부의 조세 정책에 대한 국민 수용성인데 현실화 계획만 폐지한다고 해서 이를 달성할 수 없다"며 "국민이 납득할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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