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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생쥐에 '저탄고지' 식단 먹였더니…기억력 감퇴 늦춰

입력
2024.03.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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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저탄수화물 고지방(저탄고지)’ 식단인 ‘케토 식단(keto diet)’이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의 경도 인지 장애(MCI) 단계에 나타나는 초기 기억력 감퇴를 상당히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Davis) 수의과대 지노 코르토파시 교수팀이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게 케토 식단과 일반 식단을 7개월 간 먹이는 비교 실험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실렸다.

케토 식단은 저탄수화물·고지방·단백질 적당량 등으로 구성된 식단을 말한다.

이 식단을 섭취하면 몸의 주요 에너지원이 포도당에서 지방으로 바뀌며 이 과정에서 케톤(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산 성분)이 생성된다.

1920년대에 뇌전증 발작 억제를 위한 식단으로 개발됐으며, 지금도 청소년 재발성 발작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전 연구에서 케토 식단을 섭취한 쥐의 수명이 13% 길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게 7개월간 케토 식단과 일반 식단을 먹이는 실험을 통해 케토 식단이 뇌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는 부위인 시냅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케토 식단을 먹은 생쥐는 시냅스 구조·기능이 변하면서 다양한 뇌 기능에 관여할 수 있는 특성인 시냅스 가소성(可塑性)이 증가했다. 시냅스 가소성은 기억 형성이나 학습 등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토 식단 섭취 생쥐의 뇌 해마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 수준이 변하지 않았지만 혈중 케톤 지표인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는 거의 7배나 증가했다.

공동 교신 저자인 이즈미 마에자와 교수는 “뇌의 모든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기능을 개선하는 BHB의 놀라운 능력을 관찰했다”며 "신경세포가 더 잘 연결되면 경도 인지 장애의 기억력 문제가 개선된다”고 했다.

코르토파시 교수는 “이는 BHB가 초기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 결과는 케토 식단, 특히 BHB가 가벼운 인지 장애를 늦추고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은 사람으로 보면 알츠하이머병 경도 인지 장애에 해당한다며 케토 식단과 BHB는 각각 승인된 식이요법 및 영양보충제이기 때문에 MCI 단계 알츠하이머병과 치료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르토파시 교수는 “케토 식단은 쥐의 기억 형성과 관련된 생화학적 경로를 증가시키고 수컷보다는 암컷에게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여성, 특히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ApoE4)가 있는 여성에게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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