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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 솎아내기

입력
2024.03.20 17: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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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호남 정치 1번지'로 꼽히는 광주 동남을 지역구에 출마한 여야 후보가 지난 6일 한 과일가게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 정치 1번지'로 꼽히는 광주 동남을 지역구에 출마한 여야 후보가 지난 6일 한 과일가게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산 전문가인 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장은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을 번역하는 문제의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다산 정약용이 정의한 대인과 소인을 소개했다. 경박한 이들은 마음을 다스리고 성품을 도야하는 인생 수양을 한가로운 일로 여긴다. 반대로 삶의 이치를 깨달아 세상과 역사 변천을 터득해 민생의 풍족과 국가안전을 도모하는 일이 대인이 되는 길이라고 다산은 설파했다고 한다.

□공자는 군자(君子)와 소인을 비교했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 군자는 어울리지만 나를 잃지 않고, 소인은 같지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용과 조화를 추구하는 군자와 달리 소인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한다는 것이다. 또 '군자는 두루 통하기는 하나 무리 짓지 않고, 소인은 무리를 짓되 두루 통하지 못한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얘기다. 무리 짓기를 좋아하니 소인배라 했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소인은 성질이 험악하고 간사하며, 조급하고 사나운 데다 남몰래 잔인한 것을 하고, 거짓 꾸미는 짓을 잘하고, 악한 자와 당이 되어 마침내 나라를 망친다는 구절이 나온다. 선조실록에 나오는 얘기다. 선조가 선대인 명종 때 전횡을 일삼았던 척신 윤원형 일파를 등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한 말이다. 소인의 진퇴에 대해선 병봉금니지계(荓蜂金柅之戒)를 엄하게 하라는 선조의 경고도 나온다. 벌을 가까이하면 쏘이듯이 소인을 가까이하면 화를 입으니, 소를 쇠말뚝에 묶어두듯이 소인의 활동을 통제하라는 의미다.

□막말 후보자 퇴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야 공천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솎아내기는 비단 나무나 과실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을 선량(選良)이라 한다. 옛날로 치면 군자나 대인이어야 할 일이나 여야의 후보 공천이 그 수준에 이르기를 바라는 건 무리이겠다. 더욱이 대인은 드러나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구별해 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가 나라나 사회를 어지럽힐 소인배를 솎아내는 밝은 눈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 선거가 스무 날 남았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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