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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조각 잇기-시급한 경부선 철도 지하화

입력
2024.03.2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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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철도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핵심 지하화 대상인 경부선 철도의 모습. 이한호 기자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철도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핵심 지하화 대상인 경부선 철도의 모습. 이한호 기자

서울의 500년 역사가 유지된 물리적 이유는 사대문 성안의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개념에서 현재 서울에 적용하면, 서울은 사실 하나의 도시가 아니다. 통상 서구의 도시들, 즉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 등은 메트로(Metro)로 통칭되나 세부적으로는 작은 도시들의 집합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서울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거대한 한강을 경계로 강남북으로 나뉘어 있다.

한강 다리를 여러 개 건설한 이유는 공간적 분리가 효율성과 한 도시 정체성을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한강이 선명해서 그렇지, 횡적인 분리도 상당하다. 강남의 경우 흑석동 현충원으로 인해 동서가 분리돼 있다. 강북은 더 심란하다. 중랑천으로 분리돼 있고, 용산 미군 부대로 나뉘어 있고, 동시에 서울역-용산역의 경부철도로 나뉘어 있다.

이런 횡적 분리는 수십 년간 서울의 효율성을 저해해 왔다. 다만, 강을 매립하거나 산을 깎거나 현충원은 어쩔 수 없지만 철도로 분리된 동서는 충분히 정책적 판단으로 극복 가능하다. 각종 법률과 정책의지, 여론 등에 의해 진행이 더디게 왔으나 최근에는 경부선 철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특히 경부철도로 나눠진 용산-마포의 분리는 서울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회에서 관련 법들이 통과되고 현 정부나 서울시 모두 경부철도 지하화를 구상하지만, 아직 구체적 실천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보스턴의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만 해도 설계(1984년)부터 착공(1991년), 그리고 최종 개통(2007년)을 보면 23년이 소요됐다. 물론 경부철도 지하화가 그 정도 시간이 걸릴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예상으로 13년 이상이다. 2026년 착공해도 2040년이다. 너무 늦는다.

그러나 이제라도 미래 서울의 경쟁력과 도시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작게는 용산과 마포를 잇는 공간 연결의 의미가 있고, 거시적 시각으로 보면 서울의 공간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공간 연결로 인한 지상으로 확보된 새로운 대지는 프랑스 리브고슈 사업처럼 철도 위를 거대 주거단지를 만들 수도 있고, 라데팡스처럼 업무시설을 만들 수도 있다. 교통과 접근성이 중요한 첨단 연구개발(R&D) 비즈니스 지역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공유부지이므로 보상이나 기타 지체 이유가 없어서 동아시아 경쟁 도시들에 비해 선제적 대응도 가능하다. 동시에 도시 근로자, 지식노동자들의 정주 환경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부지 마련도 가능하다. 직주 보행권의 안정적 부지가 불가능한 도심에서 정주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첨단지식 산업지역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사실 많이 늦었다.


홍성용 건축사사무소 NCS lab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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