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
'접속'의 장윤현 감독 국내 복귀작
미스터리로 시작 멜로로 안착해
덕희(추자현)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제 막 깨어났다. 기억 상당 부분을 잃었다. 남편 준석(이무생)과 시어머니(손숙)만 알아보는 정도다. 소설가인 준석과의 연애 과정, 결혼 생활은 가물가물한 과거다. 준석은 다정하고 다감하다. 하지만 수상쩍다. 홀로 자는 덕희를 집에 두고 깊은 밤 여자를 만나러 나간다. 여자는 덕희의 절친이고,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다. 의혹은 끝이 없다. 준석은 새 책을 쓰겠다며 한 달가량 집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덕희는 어느 날 전화를 받고 무너진다. 준석은 어떤 남자이며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신이 잠든 사이’는 물음표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준석은 좋은 남편일까, 나쁜 남자일까. 관객은 덕희의 입장에서 준석을 바라보게 된다. 준석의 외면은 선하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덕희에게 정성을 다한다. 겉모습만 보고 준석을 믿어도 될까. 그는 남모를 어둠의 심연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접속’(1997)과 ‘텔 미 썸딩’(1999) 등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이다. ‘가비’(2012) 이후 국내에서 12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이다. 그는 중국에서 '평안도'(2014)를 만들며 활동을 이어왔다. 장 감독은 ‘접속’에서 발휘한 자신의 장기를 새 영화에서도 보여준다. 로맨스를 바탕으로 남녀의 어긋난 사연을 세밀히 그려낸다. 미스터리로 시작한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정통 멜로로 안착한다. 통속적인 이야기를 영리한 구성 방식으로 전개하며 호기심을 만들어낸다. 차량 블랙박스를 이용한 마지막 장면은 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하다.
제작비는 3억5,000만 원이다. 중급 영화 제작비가 100억 원을 육박하는 시대, 저예산 중에 저예산이다. 2차례 교통사고 등 제작비의 한계가 느껴지는 장면이 여럿 있다.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자본의 열세를 돌파해 낸다. 장 감독은 아직 자신이 한국 영화계에서 쓰임새가 있음을 입증한다. 추자현의 연기는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슬픔을 오가는 여인의 극단적 감정을 스크린에 새긴다. 남편인 중국 배우 위샤오강과의 예능프로그램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가 여전히 단단한 배우임을 깨닫게 된다. 20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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