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줄 알고 15년 청구 안 한 母
법원, 父에게 "6년 치라도 줘라" 명령
고교생인데 젖먹이 때처럼 월 30만 원
법원, 물가상승 고려해 70만 원으로 ↑
게티이미지뱅크
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자녀가 고교생이 됐는데도 아기 때와 똑같이 주는 나쁜 아버지들을 따끔하게 혼내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정연희 판사는 이혼한 아내가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5년간 자녀에게 돈을 주지 않은 A씨에게 “2,9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의 전 부인은 2008년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혼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A씨의 재산과 소득이 적어 양육비 청구를 포기했다. 대신 자신의 동의 없이 아이 얼굴을 볼 수 없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2주 뒤 관할 가정법원 조정기일에 출석해 이혼합의서와 정반대 조서를 썼다. 조서에는 ‘A씨가 2028년까지 매달 40만 원을 양육비로 지급하고, 사전협의를 거치면 자유롭게 아이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이혼합의서를 앞세워 양육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자녀도 만나지 않았다.
15년간 양육비 청구를 포기했던 전 부인은 뒤늦게 A씨의 형편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서울에 있는 한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는 조정조서를 내밀며 양육비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A씨는 이혼합의서를 근거로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혼합의서보다 나중에 작성된 조정조서의법적 효력을 중시했다.
정연희 판사는 “A씨는 조정조서대로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며 “다만 전 부인이 지난 15년간 단 한 번도 독촉하지 않은 점 등을 미뤄 6년 치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자녀가 고교생이 됐는데도 유아기 때처럼 주다가 법원 판결로 양육비가 증액된 사례도 있다.
광주가정법원 제3가사부는 B씨가 제기한 양육비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항고를 기각하고 매달 30만 원씩 주던 양육비를 70만 원으로 늘리도록 한 원심 결정을 유지했다고 19일 밝혔다.
B씨는 2008년 협의 이혼 때 매달 30만 원의 양육비를 주고 대학등록금과 병원비 절반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병원비를 전혀 보내지 않았고, 양육비도 약속한 금액보다 적게 부치는 날이 많았다.
참다못한 B씨의 전 부인은 미지급 양육비를 청구했고, 고교생이 된 자녀의 교육비와 지난 15년간 물가상승을 감안해 증액을 요구했다.
양육자를 변호한 법률구조공단 구태환 변호사는 “두 사례 모두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미지급된 양육비를 받게 됐다"며 "양육비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뿐더러 법원 판단도 엄격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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