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일대에서 최소 3발 발사
한미훈련 끝나자마자 도발
민주주의 정상회의 겨냥 경고
북한이 64일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여러 발 동해상으로 쏘아 올렸다. 전반기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이 끝나자마자 감행한 무력 도발이다. 한미일 3국 연합훈련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밀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무기 세일즈'라는 분석도 있다.
평양 일대서 3차례 발사... 합참, 발사 원점 수정해 재발표
1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44분부터 평양 일대에서 SRBM을 세 차례 발사했다. 합참은 최소 3발, 이들이 최고고도 50㎞ 이상에서 300㎞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일본 방위성 역시 "북한이 한반도 서안에서 동북방향으로 발사한 3발의 탄도미사일이 한반도 동해안 부근에 낙하했다"며 "최고고도 50㎞, 비행거리 350㎞"라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1월 14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이후 64일 만이다. 순항미사일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14일 '바다수리-6' 순항미사일 후 33일 만이다.
합참은 당초 발사 원점을 황해북도 상원군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평양 일대'로 수정했다. 상원군 지역에도 미사일기지가 있지만, 이번엔 이동식발사대(TEL)를 통한 발사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평양과 상원 경계에서 500m 떨어진 대동강 인근 지역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덧붙였다.
계룡대 등 우리 군 핵심시설 염두에... KN-23, 24, 25 등 가능성
SRBM은 함경북도 화대군 알섬 부근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SRBM 표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곳이다. 비행거리를 고려하면, 남측 주요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육ㆍ해ㆍ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330㎞, 전북 군산시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까지는 약 350㎞다.
최고고도가 50㎞인 점을 고려하면, 탄도미사일과 비행특성이 유사한 초대형 방사포 KN-25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사거리 900㎞ KN-23 SRBM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SRBM일 수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러시아에 수출하던 것들을 훈련에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러 주요 정치일정 피해... 한미동맹에도 경고 성격 담은 듯
이번 도발이 주목받는 건, 시점 때문이다. 한미훈련 '자유의 방패(FS)'가 종료(14일)된 직후인 데다, 현재 한미일 3국 연합훈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서울에서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간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으며, 향후 3일간은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인권문제 등이 다뤄질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겨냥한 주권 및 내정 침해에 대한 사전경고성 메시지"라고 했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과 러시아의 주요 정치 일정이 마무리된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선이 결정되는 대선을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치르고 있다. 중국은 앞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이어 전국인민대표대회까지 양회를 모두 마쳤다. 북한이 동맹의 주요 정치 일정에 재를 뿌리지 않으려고, 한미훈련 기간 내내 참아왔다는 것이다.
무기 부족 러시아 향해 '미사일 쇼케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쇼케이스’를 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에 수출하려는 SRBM의 명중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발 시험발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의회조사국(SRC)은 지난 8일 발간한 '러시아 군사적 성과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방위 산업이 현대식이나 첨단 무기 체계를 대량 생산하거나 장기적으로 생산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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