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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확대' 서울시에 묻는다… "항공기 소음 해결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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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확대' 서울시에 묻는다… "항공기 소음 해결은요?"

입력
2024.03.21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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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서남권 대개조' 구상에 김포공항 확대 포함
주민·양천구·국토부 등과 사전 조율 미흡 지적
공항공사 확대는 찬성, 세부 방법은 市와 이견

10일 비행기 한 대가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아파트 위를 지나 김포공항으로 가고 있다. 권정현 기자

10일 비행기 한 대가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아파트 위를 지나 김포공항으로 가고 있다. 권정현 기자

“쿠아아앙.”

일요일이었던 10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신월동 한 아파트 단지. 휴일 평화를 깨는 소음이 짧으면 2분, 길면 5분마다 들렸다. 거대한 비행기 그림자에 아이들이 뛰노는 단지 놀이터도 자주 어둠에 휩싸였다. 김포공항에서 2k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이미자(61)씨는 “1층인데도 소음이 워낙 커 비행기가 집에 쳐들어올 것만 같은 공포에 매일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신월동에 40년째 살고 있다는 오주예(75)씨도 “여기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동네가 아니다”라며 “이 집 팔아도 5억 원이라, 다른 집 전셋값도 안 돼 어디 이사도 못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포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서울 양천구 주택가 상공을 지나고 있다. 양천구 제공

김포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서울 양천구 주택가 상공을 지나고 있다. 양천구 제공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7일 ‘서남권 대개조’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김포공항 명칭을 ‘서울김포공항’으로 바꾸고, 국제선 반경을 2,000km에서 3,000km로 늘려 국제선 노선을 확대하겠다고 야심 차게 발표했다. 김포공항의 국제 기능을 강화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①공항 인근 거주민 ②해당 자치구 ③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④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 이해 당사자들과 조율이 덜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항공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소음에 대한 대안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꼽힌다.

먼저 서울 내 김포공항소음대책지역 가구 수의 약 70%가 거주하는 양천구의 반발이 거세다. 양천구는 ‘서남권 대개조' 구상 발표 다음 날 “오랜 세월 소음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과 자치구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건 잘못됐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구에 따르면 소음피해지역 가구를 대상으로 청력 검사를 지원한 결과 520명이 청력 이상 증세로 기본 검사를 시행했고, 이 중 50명은 청각장애 진단 판정을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남권 대개조'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남권 대개조'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공항공사는 공항 확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 시와 이견이 있다.

시는 전체 운항 편수는 그대로 둔 채 탑승률이 낮은 국내선 편수는 줄이고 그만큼 국제선 편수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김포~제주 노선은 탑승률이 91.8%에 달했지만 포항경주(47.5%), 양양(50.9%), 무안(56.6%) 등은 저조했다. 반면 공사는 전체 편수 증가를 원한다. 지난해 김포공항 활주로 이용률은 53.8%로 인천국제공항 개항 후 옮겨 간 노선만큼 김포공항 시설이 낭비되고 있다는 게 공사 주장이다.

문제는 국제선 편수만 늘리든 전체 편수를 늘리든 소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공사는 착륙료 일부를 소음 대책 지원에 활용하기 때문에 전체 편수가 많아지면 피해 주민 지원도 강화된다는 논리를 편다. 공항 착륙 때마다 비행기 중량에 따라 항공사가 공항에 착륙료를 내는데, 국제선 착륙료가 국내선보다 4배가량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륙료 지원만으로 주민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의 항공기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의 항공기들. 연합뉴스

국제선 노선 확대에 최종 열쇠를 쥔 국토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포공항 국제선 반경을 1,000km 더 늘리려면 국토부 훈령인 ‘김포공항의 국제선 전세편 운영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 승인 없이 장관 허가만으로 바꿀 수 있지만 국토부는 내심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노선 하나를 개설해도 주민 설득을 위해 4, 5년을 투자한다”며 “상당한 심사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노선을 인천공항으로 옮긴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주변 주민 생활권을 보장하려면 김포공항은 24시간 운항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항공사들을 설득한 끝에 국제선 노선을 인천으로 이관한 것”이라며 “서울 시민만 보는 서울시와 달리 정부는 국가를 위해 필요한 결정인지 다각도로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 인접 공항이라 (김포공항 확대가) 관광객 유입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소음으로 인한 주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우려스럽다”고 내다봤다.

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 소음 피해 고려해 충분히 의견 수렴한 후 공사 및 인천공항·자치구 등과 논의해 구체 방안을 마련하게 되면 올해 하반기에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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