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학개미 투자잔액 역대 최대
해외 투자비중도 민간투자자 중 20%
한은 "외환 수급에 부담 요인 될 수도"
해외 증권(주식,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의 투자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 이들을 유인할 각종 이벤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서학개미가 외환 변동성을 키울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한국은행 국제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771억 달러(약 102조9,000억 원)로 집계됐다. 8년 전인 2015년 말 69억6,000만 달러 대비 11배 불어난 규모다. 지난 한 해 증가 규모만 194억9,000만 달러(약 26조 원)에 이른다. 자산운용사, 보험사, 증권사, 은행 등을 포함한 민간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 중 서학개미 잔액 비중도 2015년 말 7.8%에서 지난해 말 20%로 3배가량 늘어났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붐으로 엔비디아 등 대형 반도체 기술주가 주목받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하반기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난 결과다.
미국주식을 중심으로 해외주식 열풍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2일 역대 최고치(5,175.27)로 올라서는 등 훈풍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5일까지 서학개미는 미국주식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8배 많은 32억3,000만 달러(약 4조6,0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에 증권가는 올해도 서학개미 몸집이 커질 것으로 보고 모객에 한창이다. 키움증권은 미국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게 이달 29일까지 지급 후 한 달 내 사용해야 하는 미국주식 매수금 40달러(약 5만3,000원)를 입금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삼성증권은 6월까지 신규 고객 등을 대상으로 미국주식 온라인 매수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은 6월까지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에게 투자지원금 2만 원을 지급한다. 해외주식 매수용 환율을 우대하거나 모바일 쿠폰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한은은 그러나 "서학개미의 투자 행태 특성을 고려할 때 외환부문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표상원 국제국 외환분석체계개선반 과장 등은 14일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특징 및 평가' 보고서를 내고 서학개미는 ①금융시장 테마에 따라 특정 테마에 쏠리는 경향이 있고 ②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는 등 위험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으며 ③글로벌 금융 여건 변화에도 둔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는 연준의 금리인하로 채권가격 상승(채권금리 하락)을 기대한 서학개미가 해외채권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일시적으로 큰 폭 유입되었던 기업의 해외유보소득(의 국내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일시 확대될 경우 외환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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