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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균형”…생태에 대한 일본 젊은 거장의 고요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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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균형”…생태에 대한 일본 젊은 거장의 고요한 외침

입력
2024.03.18 19: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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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27일 개봉
오스카·칸 등 수상 하마구치 류스케 신작
생태 강조... 지난해 베니스 심사위원대상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다쿠미는 딸과 함께 숲 옆에서 산다. 다쿠미처럼 마을 주민들은 숲과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다쿠미는 딸과 함께 숲 옆에서 산다. 다쿠미처럼 마을 주민들은 숲과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드라이브 마이 카’(2021)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우연과 상상’(2021)으로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수상했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는 봉준호 감독이 대담에서 “직업적 비밀을 캐내고 싶다”며 호기심을 드러낸 감독이다. 나이는 46세. 하마구치 류스케에게는 일본 영화계의 젊은 거장이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하마구치 감독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이달 27일 개봉한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 수상작이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마구치 감독의 전작들과 결이 다르다. 인간 내면에 대한 집요한 탐색은 줄어든 대신 사회적 메시지는 강해졌다. 일본 시골 마을 하라사와가 공간적 배경이다. 마을 주민들은 숲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은 술렁인다. 도쿄의 한 업체가 숲에 글램핑장을 건설하겠다며 설명회를 열어서다. 업체는 마을에 개발 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하나 오수 처리 미비로 식수가 오염될 수 있다. 영화는 마을 사람들 삶을 스크린에 펼치고, 이들과 업체 관계자들의 신경전을 묘사하면서 자연과 생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마구치 감독의 인장이라 할 영화기법들은 여전하다. 장면들은 롱테이크(장면이 끊기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것)의 반복이다. 숲 속에서 딸과 사는 주인공 다쿠미(오미카 히토시)가 장작 패는 모습이 몇 분간 이어지고, 그가 통에 개울물을 길어 차로 옮기는 모습이 끊김 없이 전해진다. 다쿠미와 딸이 함께 숲 속을 걸으며 대화하거나 도쿄 업체 직원 둘이 이동 중 차 안에서 속내를 털어놓은 모습 등도 익숙하다. 하마구치 전작들이 그렇듯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시 별거 아닌 듯한 대화 속에 삶에 대한 통찰을 심어놓는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속 사람들은 자연을 훼손하기보다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속 사람들은 자연을 훼손하기보다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글램핑장 건설에 부정적인 다쿠미는 “문제는 균형이야”라고 업체 관계자들을 꾸짖는다. 주민들이 지켜왔던 삶의 균형이 글램핑장 건설로 무너지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은 균형이 무너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감독의 메시지가 오롯이 담긴 장면이라 할 수 있으나 당혹스러워할 관객이 적지 않을 듯하다. 갈등과 긴장은 있으나 차분하게 이야기가 이어지던 분위기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2시간은 기본(‘해피 아워’는 328분)이던 전작들과 달리 상영시간(106분)이 짧다. 당초 단편영화로 기획됐다가 촬영 분량이 늘면서 장편영화가 됐다. 일본(다음 달 26일)보다 한 달가량 빠르게 개봉한다.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 관계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첫 상영된 후 빨리 보고 싶다는 요구가 많아 일찍 개봉하게 됐다”고 밝혔다.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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