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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전 사두자"… 엔화예금에 5,000억 원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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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전 사두자"… 엔화예금에 5,000억 원 뭉칫돈

입력
2024.03.17 17: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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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마이너스 금리 종료 기대감에
시중은행 엔화예금 잔액 다시 급증
"엔화 가치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

2월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2월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5,000억 원가량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다시 800원대로 떨어지자, 엔화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엔화예금 합산 잔액은 2월 말 기준 1조2,130억 엔으로 집계됐다. 1월 말(1조1,574억 엔) 대비 555억 엔 넘게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증가 폭으로 봐도 전월(244억 엔)보다 두 배 이상 불었다. 엔화예금은 이자 수익이 거의 없지만, 엔화 가치가 낮을 때 사서 비쌀 때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환차익에는 세금도 붙지 않아 엔화예금 잔액은 환율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100엔당 910원대까지 오른 원·엔 환율이 지난달 900원 밑으로 내려오면서 싼값에 엔화를 사두려는 수요가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2월 1일 906.57원에서 23일 883.59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꺾이며 달러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엔화가 원화보다 유독 약세를 보인 결과였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여기에 조만간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단행, 엔화 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은 18,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당초 시장에선 4월 금리 인상 관측이 우세했으나, 최근 기대를 상회하는 물가와 임금 상승세가 확인되면서 3월 인상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긴축 기조가 선명해지면 엔화 가치는 상승할 공산이 크다. 실제 이달 원·엔 환율은 소폭 올라 890~900원에서 횡보 중이고, 엔화예금 잔액도 13일 기준 1조1,951억 엔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도 엔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당장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의 긴축 전환 강도와 속도, 한국은행·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고 한국과 미국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 보는 하반기가 돼야 원·엔 환율 상승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인내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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