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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장기미제... '지연 해소' 법원장 직접 재판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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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기환송·장기미제... '지연 해소' 법원장 직접 재판 본격화

입력
2024.03.18 04:30
수정
2024.03.18 07: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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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 서울고법원장 내달 18일 첫 재판
김정중 법원장은 장기미제 심리 맡기로
조희대 '재판 지연' 해소 총력전에 호응

윤준(왼쪽) 서울고법원장이 지난해 10월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 고영권 기자

윤준(왼쪽) 서울고법원장이 지난해 10월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 고영권 기자

윤준 서울고법원장과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각각 파기환송, 장기미제 등 직접 심리할 사건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지연' 문제 해소를 최우선 당면 과제로 정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기조에 발맞춰 일선 법원장이 솔선수범해 직접 재판을 맡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난도 높은 사건 법원장이 직접 재판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민사60부 재판장을 맡은 윤 고법원장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민사사건 등 총 6건에 대한 변론기일을 다음 달 18일 진행한다. 여러 사건을 검토한 결과, 오랜 심급을 거쳐 난도 높은 사건으로 여겨지는 파기환송 사건을 법원장이 챙기는 것이 좋겠다는 윤 고법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사무분담으로 알려졌다.

이 중 서울경찰청이 사용하고 있는 서울시 송파구 일대의 땅을 둘러싸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소송이 관심을 끈다. 쟁점은 SH와 정부 간 토지무상사용 약정이 2014년 10월 해지된 뒤 정부가 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다. 원심은 약정이 해지돼 사용료 164억 원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해지권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8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윤 고법원장은 감정평가업자를 상대로 A신용협동조합이 낸 손해배상 사건도 심리한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담보물 감정평가가 당시 적정 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볼 만한 것으로 판단했다. 감정평가업자의 주의의무 위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로 지난달 29일 파기환송된 사건이다.

김 법원장의 첫 재판은 이보다 앞선 이달 28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단독 재판부를 맡은 그는 이날 6건을 시작으로 장기미제 사건을 담당하기로 했다. 대표 사건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다. 2017년 소가 제기돼 7년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쟁점은 원인이 불명확한 질환을 앓고 있는 원고의 기대여명이다. 생존이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뜻하는 기대여명은 보험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원고가 애초 예상한 기대여명을 넘겨 생존하면서 산정된 보험금과 격차가 생겨 갈등이 빚어졌다.

"좋은 긴장감 주지만 근본 해결책 내놔야"

법원장들이 직접 재판을 심리하기 시작하면서 법원 내부에서도 긍정적 파급 효과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현실적으로 법원장은 사법 행정과 병행해야 해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는 없으나, 재판에 나서는 것만으로 다른 재판부에 좋은 긴장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사법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만큼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해 보다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법관증원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데다, 법조일원화로 우수한 경력 법관 충원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재판의 질을 높이려면 정치권이 서둘러 대책 마련을 위한 입법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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