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 있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서재훈 기자
이른바 'MZ 노조'로 불리는 금호타이어의 사무직 노조가 생산직 노조와 고용형태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대기업 노조 최초로 별도의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송각엽)는 금호타이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재심결정은 적법하고 그 과정이나 내용에 월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동조합은 2022년 8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생산직 노조와 별도로 교섭하게 해달라"며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신청했다. 2021년 만들어진 사무직 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230명으로, 20~30대가 주축이 돼 'MZ 노조'로 불렸다. 그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등은 3,477명이 가입된 전국금속노조가 대표로 하고 있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무직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교섭을 따로 해야 할 만큼 두 직종 간 근로조건 등이 다르다고 본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장에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근로조건의 차이가 큰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노동위원회를 통해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 사이엔 고용형태 등의 본질적 차이가 크지 않고, 사무직만 떼어 내 교섭이 이뤄진 관행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동안 교섭대표 노조가 사무직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해왔다고도 강조했다.
법원은 두 직종의 업무내용, 근무 장소, 직급체계 등이 현격히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산직과 사무직은 임금 구조뿐 아니라 연차휴가 보상방식, 복리 후생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에 있어 큰 차이가 존재하고, 일반적인 직군분화에서 비롯된 정도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사내에 별도 교섭 관행이 없다는 금호타이어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무직 노조가 2021년 4월 신설돼 별도의 교섭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관행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물리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