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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죽음 떠올리자 더듬기 시작했다… 특검 녹취록 속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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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죽음 떠올리자 더듬기 시작했다… 특검 녹취록 속 바이든

입력
2024.03.13 16:41
수정
2024.03.13 17:06
12면
0 0

허 특검, 하원 청문회 출석 전 제출
“기억력 나쁜 노인” 묘사 배경 담겨
NYT “시기 헤맸지만 대부분 명석”

12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로버트 허(앞줄)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불기소로 결정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밀 유출 및 불법 보관 의혹 수사 관련 증언을 준비하고 있다. 배경 화면은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2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로버트 허(앞줄)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불기소로 결정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밀 유출 및 불법 보관 의혹 수사 관련 증언을 준비하고 있다. 배경 화면은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장남 보가 언제 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 유출 및 불법 보관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한 폭로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지 않아도 11월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와 기억력 저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근거는 뭐였을까. 지난해 조사 과정에서 10월 8, 9일 이틀간 5시간에 걸쳐 진행된 면접의 녹취록이 12일 공개됐다.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기 전 허 전 특검이 의회에 258쪽 분량의 대화록을 제출했다.

연도 몰라도 날짜 잊지 않은 바이든

보의 얘기를 꺼낸 이는 허 전 특검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허 전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2017년 1월 부통령 퇴임 직후 업무 관련 서류를 어디에 보관했는지 물었다. 보의 죽음이 다뤄지는 책을 쓰는 것도 그의 일 중 하나였다.

가끔 말을 더듬는 바이든 대통령이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잘 모르겠다. 2017년, 2018년?” 그는 “이 시기에 아들이 파병됐거나 죽어 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보는 어느 달에 죽었지? 맙소사, 5월 30일”이라고 중얼댔다. 백악관 변호사가 “2015년”이라고 하자 “그가 죽은 게 2015년이었냐”고 반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가 사망하고 그가 (당시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과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2015년의 사건과, 회고록을 쓰고 2020년 대선에 출마하기로 마음먹었던 2017년의 사건을 바이든 대통령이 뒤섞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주로 혼동한 것은 연도였다. 부통령 재임 시기를 헷갈린 것은 두 차례다. 첫날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문건 유출 경위 파악 과정에서 “그게 2013년이었다면 내가 언제 퇴임했냐”고 주변에 물었고, 둘째 날에도 “2009년에도 내가 부통령이었냐”고 질문했다.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게 2017년 11월이었냐”고 잘못 묻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9~2017년 부통령을 지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선에서 이겼다.

유출된 기밀문서가 어떻게 자택 차고에 옮겨져 보관됐는지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 역시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는 특검 보고서 표현의 빌미가 됐을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이 또렷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보고서에 기술된 것처럼 기억력이 흐리진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주(州) 자택 묘사를 허 전 특검이 “사진 같은 기억력”이라 부른 사실을 언급하며 “시기와 사건 순서를 몇 번 헤맨 것 말고는 명석해 보였다”고 진단했다.

민주 “당파 정치” vs 공화 “이중 잣대”

지난달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일 발표된 기밀 유출 및 불법 보관 의혹 관련 특별검사 수사 결과 보고서 내용에 항의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지난달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일 발표된 기밀 유출 및 불법 보관 의혹 관련 특별검사 수사 결과 보고서 내용에 항의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청문회에서 공화당원인 그의 정치적 당파성을 의심하는 민주당과 불기소 결정을 ‘이중 잣대’라고 비난하는 공화당 의원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허 전 특검은 민주당 측 비판의 반박에 주력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일자리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질의를 “내 업무, 내 수사, 내 결정, 내 보고서 어디에도 당파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고 일축했다.

왜 기억력을 거론했느냐는 질타에 대해서는 “나를 임명한 법무장관의 상사이자 현직 미국 대통령을 조사한 뒤 기소하지 않고 신뢰를 얻으려면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허 전 특검은 청문회에서 “나는 이민자의 아들이고, 부모가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왔다”며 자기 가족의 ‘아메리카 드림’ 스토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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