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3차례 밀 구매 계약 취소
"정상회담 합의 불이행 항의" 해석
중국이 50만 톤 규모의 미국산 밀 구매를 돌연 취소했다.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는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정책에 대한 불만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명보와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중국이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3차례에 걸쳐 총 50만4,000톤 규모의 미국산 밀 구매 계약을 철회했다고 미 농무부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이는 미 농무부가 자료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25년 새 최대 규모 계약 취소에 해당한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러시아산 밀 가격 하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 중국이 미국산 대신 2020년 8월 이후 최저 가격을 기록 중인 러시아산을 구매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을 향한 외교적 항의에 가깝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앞두고 옥수수·콩 등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중국은 당시 300만 톤 규모의 대두 수입도 결정했다. 미국의 주요 대두 생산지는 아이오와, 일리노이, 위스콘신주(州) 등 미 대선 스윙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히는 곳들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유화 제스처로 해석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은 미국의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 무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인식은 여전하다. 미국은 정상회담 때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2년 발리 정상회담과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신냉전과 반(反)중국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두 정상 간 합의를 미국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미국산 농산물 구매 취소 역시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라는 우회적 불만 표시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의도로 볼 때 중국의 추가적인 미국산 농산물 구매 취소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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