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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에 노태우가 소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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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에 노태우가 소환됐다

입력
2024.03.1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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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사건 2심 97년 검찰 상고이유서 접수
노태우-최종현 간 특수관계 강조하는 내용
노, 재산분할 위해 '부친 특혜' 언급할 수도

최태원(왼쪽 사진)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뉴스1

최태원(왼쪽 사진)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뉴스1

'세기의 이혼'으로 주목 받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노 관장 부친)의 '사돈 몰아주기'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 부친(고 최종현 회장)과 맺은 밀접한 인연 때문에 SK그룹이 클 수 있었다는 주장이 과연 사실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노 관장의 재산 분할 액수(1심 판결665억 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태우 특혜 논란 과거사'까지 거론될까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엔 과거 1997년 검찰이 낸 상고이유서가 제출됐다.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12∙12사태 및 비자금 조성' 사건 상고심을 앞두고 2심 판결(징역 22년 6개월→17년 감형)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위해 대법원에 낸 것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상고이유서를 보면,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SK그룹 간 유착을 의심하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지적한 부분이다. 검찰은 선경그룹(현 SK그룹)의 태평양증권 인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등을 문제 삼았다. 최 회장과 노 관장 결혼 직후인 1988년 말,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회장에게 받은 30억 원이 '대가성 있는 뇌물'이란 점을 관철시키기 위한 주장이었다.

특히 검찰은 '특혜'란 표현을 쓰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뒤집은 2심 결론을 비판했다. 검찰은 "원심은 선경그룹이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다른 기업보다 우대를 받은 흔적이 없다고 하지만 당시 재계 상황에 비춰보면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인척 관계라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가볍게 결론 내린 원심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K주식 분할 여부에 촉각

검찰의 이 논리는 재산 형성에서의 기여도를 강조하는 노 관장 측 주장과 맞닿아있다. 이혼 소송 1심 선고 후 노 관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SK주식 형성에 대한 여러 도움도 있었다"며 2심에서 그 과정을 상세히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SK그룹 성장에 영향을 끼친 부친의 역할을 부각시켜 딸인 자신의 몫을 인정 받기 위해, 노 관장 측이 27년 전 상고이유서를 조명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혼 소송 1심은 노 전 대통령 부녀가 SK그룹 형성 자체에 기여한 것은 거의 없다고 보아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미미하다"며 부동산, 예금 등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이중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2심에서 노 관장 측은 청구 금액을 '최 회장 주식 보유액 절반'(약 1조3,500억원)에서 '현금 2조원'으로 상향한 상태다.

1988년 2월 열린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딸 노소영(왼쪽) 관장과 아들 노재헌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8년 2월 열린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딸 노소영(왼쪽) 관장과 아들 노재헌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만, 노 관장 측은 1심 법원 판단을 뒤집고 '재산 형성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인정받으려면 추가 입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SK 측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 어떤 특혜나 지원도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이 정권 실세인 수도경비사령관이던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전에서 삼성을 제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SK 측은 "1970년대부터 정유사업을 추진하며 산유국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온 전략이 먹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1997년 대법원 판단도 비슷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나열한 상고이유서 속 정황들에 대해 "채증법칙(증거를 취사선택할 때 지켜야 할 방식)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도 (2011년 발간 회고록에서) 개입설을 부인한 사실이 있어, 딸인 노 관장으로선 아버지와 다른 주장을 펼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특혜가 인정된다고 해서 이게 바로 재산 분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혼 전 형성된 자산인 데다, 노 전 대통령이 개인이 아닌 대통령 등 공직자 신분으로 행한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혼 전문 김신혜 법무법인 한경 변호사는 "일반적 가정에서라면 양가 도움이 특유재산(부부 한 쪽이 결혼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분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대통령 지원'이라는 특수 사례를 법원이 어떻게 볼지 미지수"라면서 "노 관장 측의 구체적 입증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6년 만 법정서 조우... 변론은 내달 마무리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전날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혼 소송은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지만 두 사람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2018년 1월 1심 조정기일 이후 약 6년 만의 법정 대면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변론을 종결할 계획으로, 이르면 상반기 중 선고기일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최다원 기자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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