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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전기발전소 있었던 '경복궁 영훈당'...일제가 파괴하기 전 모습으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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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전기발전소 있었던 '경복궁 영훈당'...일제가 파괴하기 전 모습으로 복원

입력
2024.03.13 15:53
수정
2024.03.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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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전기등소' 설치...최초의 전기발전소
1910년대 일제가 헐어낸 뒤 터만 남아
옛 도면·문헌 통해 고증하고 전기 관련 전시도

경복궁 영훈당 권역 복원 조감도. 문화재청 제공

경복궁 영훈당 권역 복원 조감도. 문화재청 제공

"경복궁 향원정(향원지) 앞에는 궁궐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들었고, 이내 파란 눈의 외국인이 집채만 한 기계를 작동시키자 밝은 전등 빛으로 건청궁 주변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1887년 3월 경복궁 전기등소에서 전등에 빛이 들어온 것을 목격한 성명 미상의 안씨 상궁은 1936년 한 일본인과의 면담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1886년 완공된 전기등소는 한국 최초의 전기발전소다. 당시 발전소 규모는 16촉광(1촉광은 양초 1개 밝기)으로, 백열전등 750개를 밝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기등소의 설치는 1898년 한성전기회사 설립으로 이어지는 등 신기술 확산을 자극한 획기적 사건이었다.

100여 년 전 궁궐을 밝힌 전기등소 터가 있었던 경복궁 영훈당(永薰堂)이 복원된다. 1910년대 일제가 허문 지 110여 년 만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경복궁 영훈당 권역의 복원정비사업을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2027년까지 약 165억 원을 들여 진행하는 사업은 2011년에 시작한 경복궁 2차 복원 사업의 일환이다.

'향기가 영원히 이어진다'는 의미의 영훈당은 조선시대 빈궁과 후궁의 처소였다. 건청궁 앞 연못인 향원지 남쪽의 629.89㎡(약 190평) 상당 면적이 이번 복원사업 대상이다. 정면 9칸, 측면 2칸 규모 영훈당을 중심으로 부제조상궁이 관리하는 곳간 등이 있었던 주변 행각, 담장, 협문, 우물 등이 복원사업 권역에 모두 포함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1910년대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경복궁 영훈당 권역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영훈당 권역 위치.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1910년대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경복궁 영훈당 권역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영훈당 권역 위치. 문화재청 제공


옛 도면 '북궐도형'에 남아 있는 영훈당의 흔적. 문화재청 제공

옛 도면 '북궐도형'에 남아 있는 영훈당의 흔적. 문화재청 제공

1868년 흥복전과 함께 지은 영훈당은 현재 터만 남아 있다. 문화재청은 '북궐도형(1907년)' '조선고적도보(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간행)' 등 남아 있는 옛 경복궁 도면과 '궁궐지(宮闕志·19세기)' '경복궁 영건일기' 등 당시 문헌, 사진자료 등을 통해 영훈당을 고증했다. 올해는 유구(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를 중심으로 복원 기초작업을 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복원 공사를 시작한다.

영훈당 권역은 2015년 발굴 조사로 발견된 전기등소 터를 포함하는 만큼 '최초의 전기발상지'라는 역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복원이 진행된다. 전기등소 유구뿐 아니라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와 아크등(arc lamp)에 사용된 탄소봉, 연대(1870년)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전기 관련 유물이 전기등소 터에서 출토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물이나 재연품 전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발굴조사 당시 전기등소 터에서 출토된 전기 관련 유물. 문화재청 제공

2015년 발굴조사 당시 전기등소 터에서 출토된 전기 관련 유물. 문화재청 제공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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