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연료 운반선이 수주량 과반
EU, IMO 잇따라 탄소배출 규제 강화
친환경 추진선 수요 확대도 한국에 기회
한국 조선업계가 2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에서 수주량 1위를 되찾았다. 세계적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또 다른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341만CGT(표준선 환산톤수·100척) 중 한국이 171만CGT를 수주했다고 알렸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50%)을 차지했으며 지난해 2월과 비교해 18%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141만CGT(41%)로 2위로 내려앉았다. 이 집계에 따르면 1월에는 중국이 180만CGT(52%), 한국이 133만CGT(39%)의 계약을 땄다.
한국 조선업계의 이 같은 수주 랠리는 전 세계의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가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1, 2월 총 64척(해양설비 1기 포함), 77억9,000만 달러를 수주했다고 집계했는데 이 가운데 65%(42척)가 친환경 선박이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6척,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 운반선 21척, 에탄 운반선 1척, 원유운반선(VLCC) 2척, 탱커 3척, 자동차운반선(PCTC) 2척, 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설비(FSRU) 1척 등이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총 18척(38억 달러 규모)을 수주했는데 수주 물량 전체(LNG 운반선 15척, 암모니아 운반선 2척, 탱커 1척)가 친환경 선박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한 4척(5억1,000만 달러 규모) 중 절반이 친환경 선박(암모니아 운반선)이었다.
선박 수주량 2021년 정점 뒤 하락세였는데...
세계 선박 수주량은 2021년 이른바 '슈퍼 사이클' 전환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다. 선사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예측 때문에 2020년 하반기 이후 선복(선박 내 화물을 실을 공간)량 공급 과잉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월별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는 일부 역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343만CGT)은 지난해 동월 대비 18%포인트 증가했다.
선박 운항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가 이 같은 추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해운업도 올해부터 배출권거래제(ETS)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5,000GT 이상의 EU 역내 운항 선박은 ETS를 사야 한다. 또 4월 발표 예정인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에서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역내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할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도 지난해부터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CII 등급제 적용 범위를 넓혔다. EEXI는 선박의 출력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하고 CII 등급제는 실제 선박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계산해 제재한다. 2013년 이후 건조된 선박만 대상으로 하던 적용 범위를 모든 선박으로 늘렸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400GT 이상 선박의 60% 이상이 IMO의 EEXI·CII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NG 재액화 기술까지 보유한 한국엔 기회
이 같은 탄소배출 규제 강화가 친환경 선박 건조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계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EU가 앞장서고 IMO가 뒤따르는 식으로 탄소중립 흐름을 이끌면서 오래된 선박은 갈수록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며 "친환경 연료 운반선뿐 아니라 친환경 추진선 수요도 있어 관련 기술력을 많이 보유한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보다 좀 더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LNG선의 LNG를 엔진 연료로 쓴 뒤 다시 탱크에 저장하는 재액화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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