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네이버, 2023년 임원 19.5%가 80년대생
소통 활발해진 카카오, 쇄신까지는 진통 예상도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끄는 네이버·카카오에 본격 '여성 대표' 시대가 열린다. 정신아(49)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이달 말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대표에 오르고 최수연(43) 네이버 대표는 14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글로벌 빅테크와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을 하려면 혁신이 절실한 상황에서 엔지니어 중심 기술 기업이 나란히 여성 리더를 내세운 이유는 뭘까.
'최수연호'에서 젊어진 네이버, 최대 실적 순항 이어갈까
최 대표가 네이버를 맡은 이후 외형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조직이 젊어졌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지난해 11월 게재된 네이버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책임리더를 포함한 미등기임원 128명 중 총 25명(19.5%)이 1980년대생이다. 최 대표 취임 전인 2021년 네이버 미등기임원 133명 중 1980년대생이 14명(10.5%)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젊은 리더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최 대표가 취임 당시 리더십 세대교체와 조직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만큼 젊은 리더들을 전면에 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 대표의 장점으로 '원활한 의사소통과 빠른 결정'을 꼽는 이들이 많다. 최 대표는 취임 직후 100일 정도 직원 400여 명을 일일이 만나 애로 사항을 직접 듣고 공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 스스로도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인협회 주관 행사에서 "일부러 제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돌아봤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로봇·클라우드·디지털트윈 기술 등을 수출한 게 주효했다. 하지만 중국 유통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로 최대 실적을 이어가던 네이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수연 대표는 2월 실적을 공개하면서 "네이버 쇼핑은 광고 중심이기 때문에 중국 커머스 플랫폼이 경쟁 상대뿐만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직원 소통·조직 쇄신에 분주한 정신아, 내부 불만에 '진땀'도
취임을 앞둔 정 내정자는 최 대표보다 더 바삐 움직인다. 현재 카카오의 쇄신태스크포스(TF) 장으로 조직 개편 작업을 맡고 있다. 정 내정자는 최근 사내 간담회에선 손발을 맞출 새 경영진의 윤곽과 조직 개편 방향성도 공개했다. 내정 2개월 만에 카카오 쇄신 계획표를 완성한 셈이다.
정 내정자의 강점도 '소통'을 꼽는 이들이 많다.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았던 시절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잘 듣고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지위에 관계없이 직원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경청해주는 리더"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 내정자는 내정된 후 한 달 넘게 임직원 1,000여 명을 만나며 내부 소통을 강화하는 중이다.
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카카오 조직 쇄신 문제를 정 내정자가 단번에 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 내정자가 인사 방향성을 공개하자마자 카카오 내부에서부터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 지적을 받은 임원에게 다시 주요 보직을 맡기는 등 원칙 없는 '회전문 인사'에 실망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정 내정자가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사무실 출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할 뜻을 내비친 것도 직원 불만에 불을 지폈다.
업계에선 정 내정자가 이끌 카카오의 본격적인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정 내정자는 일단 네이버 등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I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조직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기존 조직을 리더 체계로 간소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조직 구조를 단순하게 해 의사 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그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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