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용기 투입해 대사관 탈출 작전
치안상황 점입가경… EU·독 대사도 철수
갱단 난립 사태로 무법지대가 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현지 주재 서방 대사관들이 탈출 행렬에 오르고 있다. 갱단의 습격과 교도소 집단 탈옥 등 행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아이티의 치안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10일(현지시간) 군용 헬기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급파해 현지 주재 대사관 직원 일부 철수 작전을 벌였다. 치안 상황 악화에 따라 대사관에는 소수의 필수 인력만 남아 제한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미 남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사관 안팎으로 직원을 이동시키는 일은 우리의 표준적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서방 대사관들도 속속 철수 준비 중이다. 아이티 현지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일시적으로 현지 사무소를 임시 폐쇄하고 최소 인원만 남겨뒀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 역시 자국의 주아이티 대사를 인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동시켜 그곳에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주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는 지난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후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갱단 연합체인 'G9'가 과도정부 수반을 맡은 아리엘 앙리 총리와 대립하며 무력 시위를 이어온 것이다. 갱단 활보로 인한 치안 악화, 인플레이션, 콜레라 등의 문제에 더불어 지난해 1월 아이티 마지막 선출직 공무원이었던 상원 의원 10명 임기마저 종료되며 입법부도 마비됐다. 지난해에만 5,000명이 살해되고 2,500명이 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에는 갱단이 앙리 총리가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3,000여명을 탈옥시키면서 아이티 상황은 아비규환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이티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후에도 대통령궁과 내무부 청사, 경찰 본부 등 정부 건물에서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혼란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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