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일본서 확산… 'K문학' 출판 잇따라
'불평등·차별·지친 일상' 공감... 책 보며 힐링
"책 제목을 보고 '거짓말인가' 생각했지만,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 친구'를 쓴 민지형 작가의 책이라면…"
8일 일본 도쿄 중심가 신주쿠에 위치한 대형서점 '기노쿠니야' 본점 2층. 일본 출판계 최신 동향과 일본인들의 독서 취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기노쿠니야 한국 소설 코너 중 가장 긴 소개 글을 붙인 것은 다자 연애를 주제로 한 민지형 작가의 '나의 완벽한 남자 친구와 그의 연인'이다. 일본에서도 인기를 끈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 친구'를 쓴 작가 작품이라는 점을 알리면서도 일본 사람들이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요소인 '여성'과 '자유'를 강조했다.
기노쿠니야에서 한국 문학을 '특별 대우'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에세이 코너 중 한국 작품만 따로 모아 놓은 '한국 에세이 섹션'도 만들었다. 에세이 코너에서 별도 국가 섹션을 꾸린 나라도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문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책 표지에 대놓고 한글 제목을 쓴 책도 적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이 쏜 K문학 인기 여전
기노쿠니야의 책 배치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출판계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2018년 12월 일본에서 출간된 뒤 크게 주목받은 것을 계기로 한국 문학은 일본인들이 주목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K문학'이란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을 그린 82년생 김지영은 K문학을 알린 소설이다. 일본 출판계에서는 10만 부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로 불리는데, 82년생 김지영은 지금까지 29만 부나 출간됐다.
일본 정치인도 직접 사서 볼 정도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은 지난해 11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했을 때 이 책을 직접 구매했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그는 당시 "어떤 책이 읽히는지 아는 것이 그 나라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며 "1980년대 전반에 태어난 여성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변천과 혼란, 차별을 묘사한 밀리언셀러"라고 말했다.
'한일 베스트셀러' 문구... K문학 홍보 행사도
일본에서 한국 문학을 접할 기회도 갈수록 늘고 있다. 사이타마현 현립구마가야도서관은 지난해 1월 '한국 문화와 K문학' 기획전을 열며 주민들에게 한국 문학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사단법인 K북진흥회는 이달 14일 도쿄에서 '비혼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출간되는 이유'를 주제로 한국 문학계 흐름을 알리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일본인들이 K문학을 찾는 건 작품에 묘사된 한국 사회가 일본의 사회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지나친 경쟁 사회이고, 여기서 겪는 차별과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성 차별 등 (일본인들도) 익숙한 사회 문제와 힘든 삶의 원인에 초점을 맞춰 공감을 얻고 있다"고 짚었다.
사회생활에 찌든 인물들을 그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불편한 편의점'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돼 인기를 얻고 있다.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일본에선 책 띠지에 '읽으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한일 베스트셀러', '벌써 피곤하다 젠장'이라고 적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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