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댓글'로 명예훼손 판단한 검찰
헌재 "수사 미진, 자의적 검찰권 행사"
종합적 고려해야 "기소유예 취소하라"
인터넷 기사에 단 댓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댓글 일부가 아닌 전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신모씨가 부산지검 서부지청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지난달 28일 재판관 만장일치로 신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사유를 참작해 처벌하진 않는 검사의 처분이다. 재판을 받지 않고 전과(범죄경력) 기록이 안 남아도 범죄사실 자체는 인정된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신씨는 2016년 리우올림픽 기간 리듬체조 국가대표 A씨를 인터뷰한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A씨의 팬인 그가 앞서 달린 악플에 반박하는 차원이었다. 전문은 이렇다.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의 수혜자가 A씨라고 치자. B선수도 러시아에 월 3,000에 유학 갔는데 왜 성적이 고따구였지? 이번 러시아 동행단에 일본 C 선수도 있었는데 비네르가 그렇게 전지전능하다면 왜 그 선수 결선진출도 못 시켜줬는지?" 이리나 비네르는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 출신 감독으로, A씨 등 여러 메달리스트를 길러냈다.
그런데 6년 후 신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는 경찰 통지를 받았다. A씨가 2022년 기사 댓글 364건을 무더기로 고소했는데, 여기에 신씨가 올린 내용도 포함된 것이다. "비네르 사단 성적 조작 수혜자가..."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전체가 아닌 일부 문구를 근거로 '상대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경찰이 판단한 것이다.
신씨는 "댓글을 다시 한번 봐달라"며 이의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검찰도 추가 수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는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수사기관이 누락한 부분을 포함한 댓글 전문을 포털사이트에서 확보해 헌재에 제출했다.
헌재 결정으로 신씨는 억울함을 풀게 됐다. 헌재는 "현저한 수사미진과 중대한 법리 오해의 잘못에 터 잡아 이뤄진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검찰을 질타했다. 헌재 관계자는 "명예훼손죄의 범죄구성요건 성립 여부는 뉴스 기사의 내용, 댓글 전문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처음 밝힌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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