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장면 헝가리에서 5개월 촬영
몸보다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영화
연기 변신? 다양한 역할 하고 싶을 뿐”
탈북자다. 외국어는 한마디도 못 한다. 벨기에에 홀로 도착한다. 난민 지위 신청을 위해서다.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난민 서류 심사만 수개월이다. 젊은 남자 로기완(송중기)은 갖은 수난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다. 어머니(김성령)가 마지막 남긴 당부가 버팀목이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1일 공개)은 탈북자 로기완이 시련을 견디며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131분 동안 그린다. 로기완을 연기한 송중기를 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몸보다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영화”라고 돌아봤다.
‘로기완’은 조해진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2011)를 밑그림 삼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소설이 나온 직후부터 영화화가 추진됐다. 송중기는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가졌다. 인연은 잘 이어지지 않았다. 송중기는 “로기완이 소설과 달리 (재벨기에동포) 마리(최성은)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을 공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강한 기완이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이 지지부진해진 사이 송중기는 ‘군함도’(2017)에 출연하며 ‘로기완’과 멀어졌다. 2022년 인연이 다시 이어졌다. 송중기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기완과 마리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살라고 한 기완 어머니의 유언이 결국 친구를 사귀고 연애도 하는 것을 다 포함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로기완’은 벨기에 장면을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5개월 동안 촬영했다. 송중기로서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 한 ‘장기 출장’이었다. 그는 “변동성이 너무 심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마다가스카르(실제는 발리에서 촬영)에서 끝나는데 원래는 튀르키예였다. 대지진 발생으로 촬영은 취소됐다. 송중기는 “(보스포러스)다리 하나 건너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수 있는 나라라 난민 지위 박탈을 무릅쓴 로기완의 결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로기완’에는 보는 이의 눈물선을 자극할 장면이 많다. 송중기가 “연기하면서 정서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기완이 어머니를 잃고 중국을 떠날 때 삼촌 은철(서현우)과 몸싸움 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가장 힘들었던 촬영으로 기억한다. 송중기는 “현우 선배의 에너지가 너무 강해 저도 정서적으로 강하게 반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두리 깡패를 연기한 영화 ’화란‘(2023)에 이어 연달아 거친 삶을 살아가는 이를 연기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이미지를 털어내고 싶은 의도가 있었던 걸까. 송중기는 “연기 변신을 염두에 두고 역할을 고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번갈아 가며 출연하는데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스산한 분위기가 담긴 내용을 선택할 수 있어서”라고 덧붙였다. “일정이 엉키다 보니 영화를 잇달아 공개하게 됐고, 어두운 역할을 연이어 맡게 된 것일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후 16년 동안 배우 활동을 했는데도 송중기는 “아직 연기 경험이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그래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욕심내는 장르는 공포물이다. “’파묘‘ 흥행으로 공포영화가 더 만들어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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