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필수품목으로 영업이익 극대화
"공정위가 필수품목 소극적 판단" 지적에
공정위 "필수품목 가이드라인 발표 예정"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 갑질’ 주범으로 떠오른 사모펀드에 칼을 빼 들었다. 그러나 공정위의 칼날이 무디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공정위는 6일 bhc와 메가커피에 대해 첫 현장조사를 벌였다. bhc와 맘스터치,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등 사모펀드가 인수하거나 대주주로 있는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불공정행위가 자주 발생하자 공정위는 지난해 말 직권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직권조사는 신고 없이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불공정행위가 의심되는 사업장을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공정위가 대표적 불공정행위로 겨눈 것은 4가지다. ①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고 가맹본부로부터 구매할 것을 강제 ②가맹점주의 사전 동의 없이 판촉행사를 하며 점주에게 비용을 전가 ③가맹점주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불이익 제공 ④가맹 희망자에게 정보공개서 미제공 등이다.
핵심은 ①필수품목이다.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사모펀드는 필수품목에 본사 마진을 높게 붙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맹거래사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영업이익 중 가맹사업 비중과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등이 높아 현금 창출 능력이 좋다"며 "모두 필수품목으로 수익을 남겼다는 의미인데, 불필요한 필수품목 등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원재료 등 기존 필수품목에 영업마진을 더 붙이면 이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가맹점주의 우려도 엇비슷하다.
그간 공정위의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필수품목 심결(행정 심판 결정)을 살펴보면 이런 우려가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원재료에 해당하는 필수품목에 대해선 필수품목의 성격을 인정해 가맹본부의 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케첩을 시중 제품과 0.1% 정도만 다르게 가공한 뒤, 이를 본사의 필수품목으로 정해 라벨을 바꾸고 원래 가격보다 2배 비싸게 팔아도 공정위는 '필수품목이기 때문에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공정위가 마련 중인 가맹사업법 시행령 후속 조치에 이런 문제를 해소할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위가 내세운 필수품목 가격 산정방식 등 가맹사업법 개정안 후속 세부 가이드라인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필수품목 종류와 가격 산정방식 등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하고, 해당 품목의 가격을 올리려면 본부와 가맹점주 간 계약을 다시 하도록 하는 취지"라고 소개했지만, 이번 사모펀드 관련 업체 조사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급 적용은 어렵지만,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만큼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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